방위사업청은 한국형 전투기(KF-X·보라매)를 국내 기술로 개발한다는 계획을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4월 미국이 기술이전 거부를 통보한 지 48일 만에 청와대에 보고한 데 이어 또 ‘늑장 대응’을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9일 “미국이 이전을 거부한 4개 핵심기술에 대한 국내 개발계획 등을 아직 대통령에게 보고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방사청이 미국에 요청한 25개 기술 가운데 거부된 4개 이외에 21개 기술이전에 대한 확답이 11월 초쯤 올 것으로 보고 최종 결과가 나온 뒤 보고하겠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도 전날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앞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보고를 저나 방사청장이 공식적으로 대통령에게 보고 드리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미국 방문이 다음 주 예정돼 있어 최소한 다음 주초에는 보고가 돼야 한다. 그래야 양국 정상회담 때 이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방사청은 미국이 핵심적인 4개 부문의 체계통합기술 이전을 거부함에 따라 한국형 전투기 사업은 국내 기술개발로 추진할 계획이다. 국방과학연구소(ADD)는 4개 부문 핵심기술 가운데 가장 중요한 능동전자주사(AESA) 레이더의 공대공 모드 기술을 2019년까지는 개발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정흥용 소장은 국정감사에서 “2019년까지 개발하는 데 문제가 없다”고 장담했다. 정 소장에 따르면 AESA 레이더 개발에 필요한 30개 기술 가운데 선진업체와 부분 협력이 필요한 것은 5개이고 이에 대해 해외업체와 협의가 진행 중이다. AESA 레이더는 2006년부터 개발하기 시작해 2013년 말 지상에서의 시험을 마친 상태이다.
정 소장은 이와 함께 적외선 탐색 추적장비(IRST)와 전자광학 표적추적장비(EO TGP), 전자파 방해장비(RF Jammer) 등 나머지 3개 기술도 국내 개발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4개 기술을 통합하는 체계통합기술 확보는 여전히 숙제로 남아있다. 유럽과 이스라엘 업체가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이들도 운용개념은 알려주지만 프로그램 자체 이전은 어렵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국내 기술개발이 힘들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국회 국방위원인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은 국감에서 “나중에 실패하면 누가 책임질 것이냐”며 “18조원이나 투자되는 대형 사업을 너무 안이하게 보고 있는 것 아니냐”고 질타하기도 했다.
또 한국형전투기사업단도 보강돼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사업단장은 전문성과 행정력, 추진력을 지닌 인물이 임명돼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되게 끌어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
KF-X사업 핵심기술 계획, 靑에 보고도 안돼… 방사청 ‘늑장 대응’ 또 논란
입력 2015-10-10 02: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