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변동이 자주 나타나거나 무리한 투자를 하는 기업들은 조심하세요.”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갚지 못해(이자보상배율 1 미만) 금융 지원을 받는 잠재 부실기업인 ‘좀비기업’이 한국경제의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따라서 부실기업에 나타난 특징들을 살펴보고 신속한 구조조정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신용평가회사 한국기업평가(한기평)는 9일 기업 부실이 일어나는 원인을 경영관리 리스크, 무리한 사업 확장, 연쇄 부도, 판매 부진 등 4가지로 나눴다. 이는 2005년부터 10년간 부도를 냈거나 기업회생절차, 워크아웃을 신청한 73개 기업 사례를 분석해 얻은 결과다. 먼저 조직이 안정되지 못하고 경영진이나 대주주에 대한 의존도가 큰 기업에서 부실의 징후가 많이 나타났다. 경영권이 바뀌고 분식회계나 횡령 등 관리 위험이 부각되면서 실적 부진→신규사업 투자 확대→자금 부족→부실로 이어지는 양상을 보여준다. 최초 경영권 변동이 부실로 이어지는 데는 평균 5년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 다각화와 설비 증설 등을 위해 무리한 투자를 하다 성과가 부진해 타격을 입는 사례도 다수 있었다. 이 경우 부실화되는 데 평균 3년 안팎밖에 걸리지 않았다. 주요 거래처나 계열사 부실로 어려움을 겪게 되는 연쇄 부도의 경우는 중소기업보다 대기업에서 많이 발견됐다. 금호, STX, 동양그룹 계열사들이 함께 부실해진 것이 그 사례다.
판매 부진은 가장 대표적인 부실 원인으로 분석기업 가운데 33개사가 이 유형에 속했다. 건설, 정보기술(IT), 제지, 조선, 해운 등 다양한 업종에서 영업 환경이 어려워진 가운데 건설과 IT산업 부실 비중이 상대적으로 컸다.
기업 부실의 원인과 징후는 좀비기업을 걸러내는데 중요한 잣대다. 좀비기업은 정상 기업에 돌아가야 할 지원을 가져가 기업의 생산활동을 방해하기 때문에 경제 활성화에 큰 걸림돌이 된다. 문제는 좀비기업이 최근 크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LG경제연구원이 최근 628개 비금융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부채상환 능력을 분석한 결과 이자보상배율이 1을 밑도는 좀비기업은 2010년 24.7%에서 올해 1분기 34.9%로 크게 늘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해 말 ‘부실기업 구조조정 지연의 부정적 파급효과’ 보고서에서 좀비기업의 비중이 자산 규모 기준으로 2010년 13.0%에서 2013년 15.6%로 2.6% 포인트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좀비기업 구조조정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LG경제연구원 이한득 연구원은 “부실기업 구조조정이 지연되고 이들 기업이 외부자금 조달로 생존하면 우리 경제가 부담해야 할 잠재적 부실 위험이 커진다”며 “회생 가능성이 낮은 기업은 퇴출을 유도하는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조만간 좀비기업을 솎아내고 정책자금이 필요한 창업 기업에 대한 지원을 늘리는 것을 골자로 한 정책금융 개편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박은애 기자 limitless@kmib.co.kr
경제 좀먹는 ‘좀비기업’ 나락으로 가는 4가지 코스는… 한기평, 73곳 부실 원인 분석
입력 2015-10-10 0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