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와 C채널이 지난 7일 서울 강동구 C채널 스튜디오에서 개최한 ‘특집좌담 교단 총회장에게 듣는다’에 참석한 신임 총회장들은 교계 현안에 대해 거침없이 진솔한 의견을 개진했다. 일부 민감한 문제에 대해서는 약간의 의견 차이를 보였지만 한국교회가 하나 돼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한다는 데는 뜻을 같이했다. 특히 통일 준비와 관련해서는 한국교회가 연합해 통일기금을 조성하거나 통일준비기구를 설립하자는 등 구체적인 제안들을 내놓았다.
<참석자>
● 예장합동 박무용 총회장 ● 예장통합 채영남 총회장
● 예장대신 장종현 총회장 ● 예장고신 신상현 총회장
<사회=소강석 새에덴교회 목사>
-올해 총회에서 가장 주목받았던 것이 교단 통합이었다.
△장종현 총회장=교단 통합은 예수님께서 기뻐하시는 일이다. 통합할 때는 기득권을 버리는 게 성경적이다. 예장백석과 대신은 조건 없이 대화했고 결국 통합을 이뤄냈다. 내 것을 버려야 함께 일할 수 있다. 이것이 예수님의 십자가 정신이다.
△신상현 총회장=하나의 뿌리였던 예장고신과 고려는 39년 전의 분열을 털어내고 비로소 하나님의 은혜로 하나 될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인격적으로 깊은 대화를 나눴다. 세심하게 배려하고 존중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삼았다.
-다른 장로교단들이 이러한 통합 분위기를 어떻게 이어갈 수 있을까.
△박무용 총회장=예장합동도 과거 예장개혁과 통합했다. 그 과정 속에서 진통도 있었다. 10여년을 지나오면서 안정적으로 화합해가고 있다. 통합하려면 상대방의 신학과 신앙을 존중해야 한다. 기득권을 내려놓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에 통합을 이룬 교단들도 향후 좋은 통합의 모델이자 밑거름이 되길 바란다.
△채영남 총회장=고슴도치가 서로 안기 위해서는 가시를 뽑아야 한다. 그 가시가 바로 기득권이 아닐까 싶다. 서로 가지고 있는 신학과 신앙, 교리는 유지하되 공통분모를 찾아 연합한다면 얼마든지 통합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지난 8월 9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광복 70주년 한국교회평화통일기도회’를 통해 교파를 초월한 결집의 힘을 볼 수 있었다. 통일을 위해 실천 가능한 구체적 방안은.
△박 총회장=100회 총회에서 통일준비위원회가 상설로 가동됐다. 보다 적극적으로 민족의 숙원이자 한국교회가 주도해야 할 통일 문제에 나설 수 있게 됐다. 각 교회마다 통일의 당위성과 간절함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고 통일기금을 조성하는 일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
△장 총회장=통일을 위한 가장 큰 준비는 물질적인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을 포용하고 이해하는 십자가 정신이다. 장로교뿐 아니라 기독교 전체가 참여하는 기구를 만들어 함께 추진해 나갔으면 좋겠다.
-연합기관들과의 개혁과 연합도 중요한 시점이다. 예장합동이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와의 관계 개선을 원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박 총회장=예민한 문제다. 총회 차원에서 한기총 참여와 관련해 위원회를 구성하고 조심스럽게 준비하고 있다. 예장합동이 중심에 서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텐데, 이단 문제가 선결돼야 할 것이다. 심도 있는 검토가 필요하다고 본다.
-다수의 교단들이 탈퇴한 상황인데 한기총을 중심으로 한 교단의 연합활동이 가능하겠는가.
△채 총회장=한기총이 ‘교단 순번제’ ‘1년 단임제’ 등의 도입을 담은 ‘7·7 정관’ 을 회복하고 이단 문제를 완전히 해결해야 한다. 그 이후에 한국교회연합(한교연)과 한기총이 통합한다면 교단들 연합활동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고 본다. 현재로선 합동과 통합이 모두 속해 있는 한국장로교총연합회(한장총)를 건강하게 세워가는 것이 우선과제라고 본다.
△장 총회장=조건을 붙일 것이 아니라 장자교단이 희생하고 그리스도의 정신으로 뛰어들어야 한다고 본다. (한기총을) 개혁해야 들어간다는 것은 보수정신이 아니다. 들어가서 썩은 것을 도려내야 한다.
-제3의 연합기구가 아닌 교단장 중심으로의 연합이 대안이라고 생각하는가.
△채 총회장=2009년 이후 활동을 중단한 ‘교단장협의회’가 ‘교단장회의’라는 이름으로 재출범했다. 25개 교단의 교단장들이 공동의 증언을 사회에 선포하기 위함이다. 교단장회의는 제3의 연합기구가 아니다. 연합사역을 돕기 위한 것이다.
△박 총회장=최근 열린 교단장회의 총회에는 참여하지 못했다. 교단장회의는 연합기관이 아닌 협의체로 활동해야 한다.
△장 총회장=합동과 통합 교단이 교단장회의를 통해 더 협력하고 한국교회를 이끌어가는 발판으로 삼았으면 좋겠다. 한국교회를 방어해주는 좋은 방패가 돼 주었으면 한다.
-동성애 이슈에 대해 교단 결의로 공감대를 이뤄냈는데 분위기는 어떠한가.
△장 총회장=예장대신에서는 세미나를 열고 책자를 배포해 각 교회에서 적극적으로 동참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동성애 문제는 기독교가 목숨 걸고 나서야 할 일이다. 초교파적으로 기금을 모아 국민일보를 비롯한 교계 언론을 통해 동성애 확산을 막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뒷받침하는 것이 필요하다.
△신 총회장=예장고신은 지난 9월 총회에서 동성애 조장, 퀴어문화축제, 동성애 차별금지법 입법 등을 반대하는 성명서를 발표하도록 결의했고 준비 과정에 있다. 또 성적 취향에 불과한 동성애가 치유될 수 있다는 것을 연구한 책자를 발간하려고 준비하고 있다.
△채 총회장=동성애자들도 선교의 대상으로 삼아서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감동을 주는 사역을 동시에 펼쳐야 한다. 한국교회동성애대책위가 적극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는 것도 필요하다.
-역사교과서 문제에 대한 교단장들의 입장이 궁금하다.
△박 총회장=국정교과서로 가야 한다고 본다. 이승만 대통령이나 조만식 장로 등 우리나라 역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기독교 인물들이 많다. 그럼에도 교과서에 기독교적 영향력들이 배제된 것은 참으로 안타깝다.
△장 총회장=교과서 논란은 이념의 문제도 있지만 누가 만드느냐의 주도권 싸움이란 측면도 있다. 다음세대들이 배우고 익히는 기본적인 책인 만큼 국가가 주도적으로 바른 국가관과 역사의식을 심어줄 수 있도록 책임을 다해야 한다.
△채 총회장=국가 주도의 시스템이 왜곡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다각화된 시각이 필요하다. 기독교 역사에 대한 편견을 갖지 않도록 교회가 전문가 양성을 위해서도 노력해야 한다.
-우리 사회의 이슬람 확산에 대비한 한국교회의 준비 상황은 어느 정도인가.
△박 총회장=할랄식품 판매 활성화 등 경제적인 면만 보고 여론을 몰아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이슬람이 공격적으로 들어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심각하게 인식하고 한국교회가 연합해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채 총회장=지난해부터 총회에서 이슬람대책위를 만들어 무슬림권 사역자를 활용한 연구 활동, 세미나 개최 등을 적극 펼치고 있다. 다만 이슬람에 대해서 적대적인 의식을 갖는 것은 위험하다고 본다.
△신 총회장=국내로 유입되는 무슬림들을 제한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한국에 들어오는 무슬림들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선교를 펼치는 게 중요하다.
-이단 대처에 대한 활동과 계획은.
△장 총회장=적극적으로 이단을 물리칠 수 있는 기구가 한국교회 안에 있어야 한다. 이단 정죄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행태도 문제다. 소소한 교리적인 입장 차이를 두고 이단으로 정죄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신 총회장=이단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 각 교단마다 이단대책위원회가 있는데 이대위가 연합해 공동으로 대응해나가는 모습을 기대해본다.
-한국교회에 어떤 말을 하고 싶은가.
△신 총회장=현재의 한국교회 모습은 과거 본질로부터 많이 떨어져 나와 있다고 본다. 철저하게 회개하고 각성해야 한다. 한국교회가 말씀과 성령, 기도로 철저히 하나님께 돌아가야 한다.
△채 총회장=사람들이 주인이 되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이 중심에 서는 건강한 교회로의 회복이 시급하다.
△박 총회장=말씀 중심, 예배 중심, 전도 중심, 선교 중심으로 회복하는 데 힘써야 한다. 오늘 함께한 교단장들부터 힘을 모은다면 다른 교단들도 연합해서 새로운 부흥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장 총회장=자존심을 내려놓고 통합으로 가는 모습이 필요하다. 군소교단들도 아울러서 함께 갈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선 봉사와 희생의 정신이 필요하다.
정리=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특집좌담] 장로교 주요 교단 새 총회장에게 듣는다
입력 2015-10-12 00: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