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독립’ 요구했다가 뭇매 맞은 강남구청장

입력 2015-10-10 00:38
서울시와 강남구가 현대차그룹이 사들인 강남구 삼성동 옛 한국전력 부지 개발을 놓고 다시 격돌했다. 신연희 강남구청장은 지난 5일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서울시는 중앙정부에 강남구를 ‘특별자치구’로 지정하라고 건의할 용의는 없느냐”는 내용의 공개질의서를 보냈다. 서울시는 개발에 따른 공공기여금 1조7000억원 중 6500억원 정도를 송파구 탄천도로 지하화와 잠실종합운동장 리모델링에 사용하고 나머지는 강남구에 쓰겠다고 했다. 반면 강남구는 영동대로 개발 등 강남구 내 기반시설 확충에 사용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재정자립도가 60%로 서울시 평균의 2배인 강남구의 ‘독립선언’에 대해 시민들의 비난이 빗발쳤다. 포털 사이트 게시판 등에는 강남구민이 다른 구의 주요 도로 및 교량을 이용할 때 요금을 징수하자, 택시 시외요금을 징수하자는 등의 제안이 올라왔다. 논란이 거세지자 강남구는 보도자료를 내고 “서울시가 옛 한전부지 개발과 관련해 직접적 이해당사자인 강남구를 배제해 억울함과 답답함을 호소하기 위해 ‘강남특별자치구’라는 표현을 사용했다”고 해명했다. 사안마다 갈등을 빚는 서울시와 강남구의 다툼을 지켜보는 시민들은 착잡하다.

강남구는 “기여금이 개발 과정에서 소음 등 불편을 겪는 강남구민에게 돌아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서울시가 해당 부지의 용적률을 250%에서 800% 이상으로 높여준 것은 강남구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 그 결실을 강남구가 독식하겠다는 생각은 이기적이다. 신 구청장은 강남구민의 지지율을 높이면 그만이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혹은 욕을 먹더라도 주목을 받는 것이 더 낫다는 정치인의 ‘노이즈 마케팅’일 수도 있다. 분열과 갈등에 편승해 존재감을 과시하기보다 전체와 공익을 아우를 수 있는 통 큰 리더십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