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상위권 골프선수들이 우리나라를 포함한 인터내셔널팀과 미국팀으로 나눠 자웅을 가리는 프레지던츠컵 골프대회가 인천 송도에서 열기를 더해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7일 열린 개막식에서 “프레지던츠컵 대회를 통해 골프가 우리 국민에게 더욱 친숙한 스포츠로 자리 잡고 세계 골프 발전에도 기여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축하 메시지를 전했다.
대통령이 단일 종목 스포츠 행사 개막식에 참석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월드컵 축구 말고는 이 대회가 유일하지 않을까 싶다. 세계 여자 골프계를 호령하고 있는 한국 선수들의 눈부신 활약으로 골프는 귀족스포츠란 인식에서 벗어나 박 대통령 덕담대로 대중에게 친숙한 스포츠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우리나라 골프 인구는 꾸준히 증가해 현재 400만명 안팎으로 추산된다. 골프장도 늘어 500곳을 넘어섰다. 2010년 연인원 2547만명이 골프장을 찾았고 2011년 2654만명, 2013년 2951만명, 지난해 3204만명으로 처음으로 3000만명 선을 돌파했다. 게다가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됨으로써 새로운 메달밭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에선 골프를 치다 패가망신한 공직자가 적지 않다. 아직 골프를 신체단련을 위한 스포츠로 인정하지 않는 사회적 인식이 잔존해있기 때문이다. 홍준표 경남지사가 공식적으로 개최한 공무원 골프대회에서도 적잖은 참가자들이 가명으로 라운딩한 건 이런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이순진 합참의장도 지난 5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일요일인 8월 9일 라운딩한 게 문제가 돼 곤욕을 치렀다. 하필 그날이 비무장 지대의 지뢰도발이 북한 소행으로 밝혀진 날이어서 야당의원들이 문제를 삼았다. 이 합참의장이 그때 축구나 등산 등 다른 운동을 했다면 시비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북한 소행임을 보고받고도 골프를 계속했다면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문제될 게 없다. 운동한 게 죄는 아니다.
골프를 향응이나 로비 수단으로 악용하는 비뚤어진 골프문화가 문제이지 골프 그 자체는 좋은 운동이다. 비용이 많이 드는 게 흠이지만.
이흥우 논설위원 hwlee@kmib.co.kr
[한마당-이흥우] 골프가 무슨 죄?
입력 2015-10-10 0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