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시리아 반군을 겨냥해 발사한 장거리 순항미사일 중 일부가 이란 영토에 잘못 떨어졌다고 영국 BBC방송과 미국 CNN방송 등 주요 외신들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BBC는 익명의 미 국방 관계자를 인용해 전날 카스피해 러시아 군함에서 발사된 신형 순항미사일 ‘칼리브로’ 26개 중 4개가 이란 영토에 떨어졌다고 전했다. CNN 역시 복수의 미 정부 관계자가 미사일 중 일부가 시리아 북동부의 11개 목표지점까지 800여㎞를 온전히 날아가지 못하고 이란 영공에서 떨어졌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카스피해에서 시리아까지 미사일이 도달하기 위해서는 이란과 이라크 상공을 거쳐야 한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 정보 당국은 미사일의 궤적을 모니터링한 결과 적어도 4개의 미사일이 추락했으며 일부 건물이 손상되고 민간인 피해가 발생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러시아는 즉각 부인하고 나섰다. 러시아 국방부 이고리 코나셴코프 대변인은 타스 통신에 발표한 성명에서 “군사 분야의 모든 전문가들이 공격 전후 목표의 영상을 확보하고 있다”며 미사일이 모두 목표물에 명중했다고 밝혔다. 또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러시아 무인기가 시리아 상공을 24시간 감시하고 있다”고 덧붙여 시리아 영공 감시 사실을 인정했다.
이란 국영TV는 익명의 자국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미사일 추락 사실에 대해 일단 부인했다. 파르스 통신은 이란 국방부가 이번 외신 보도를 “서방의 심리전”이라며 부인했다고 전했다.
애슈턴 카터 미 국방장관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국방장관회의에 참석해 “러시아가 (시리아) 군사 개입을 심화한다면 며칠 안에 사상자로 인한 고통을 겪게 될 것”이라며 시리아 공습에 대한 대가를 경고했다. 카터 장관은 ‘이슬람국가(IS)’ 대응 과정에서 미군과 러시아군이 시리아 상공에서 충돌하는 참사를 막기 위해 양국 간 합의 절차가 필요하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이란에 잘못 떨어진 러 미사일 4발… 러 “모두 목표물 명중” 부인
입력 2015-10-10 0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