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교문위 국감 파행 거듭… 野 “장관 책임”반발하자 與는 국감 보이콧

입력 2015-10-09 03:21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오른쪽)이 8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가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에 대해 항의하자 해명하고 있다. 륲륳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8일 교육부 국정감사에선 자료제출 문제가 예상외의 쟁점으로 부상했다. 교육부가 중·고교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 근거를 담은 자료를 만들어 여당 의원들에게만 제출했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야당은 강력 반발했다. 야당의 자료제출 요구에 여당이 국감을 ‘보이콧’하는 이례적인 상황이 벌어졌고, 여야는 12시간여 동안 의사진행발언만 반복하다 결국 국감을 끝냈다.

새정치민주연합 윤관석 의원은 “정부의 한국사 국정 교과서 명분이 집약돼 있다는 자료를 저는 받지 못했다”며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경위를 집중 추궁했다. 교문위원장인 무소속 박주선 의원까지 나서서 사실 확인에 들어가자 교육부 관계자는 “여당에서 자료를 요청한 일부 의원들에게 전달했다”고 인정했다. 새누리당 역사교육개선특위 간사인 강은희 의원실에서 자료를 요구했고, 교육부 역사교육지원팀이 자료를 정리해 전달했다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팀장은 물론 장차관 결재는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야당은 즉각 정부가 ‘여당 맞춤형’ 자료를 통해 여론몰이에 나섰다고 강력 비판했다. 황 부총리는 “정당 지원 활동을 위한 자료이기 때문에 (국회에) 제출할 수 없다. 여야 간사가 합의하면 제출을 검토해 보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회의가 속개되기 전 야당 의원들만 있는 자리에선 “이론상으로, 법대로라면 내드려야겠지만 관행이…”라고 곤혹스러워했다. 야당 의원들은 ‘친일독재 교과서 즉각 중단하라’ ‘박근혜정부 역사교육 통제 규탄’ 등이 쓰인 팻말을 들고 나왔다. 새누리당은 교문위 간사인 신성범 의원을 제외하고 대부분 회의에 불참했다.

국감장을 항의 방문한 새정치연합 이종걸 원내대표는 황 부총리에게 “(역사 교과서 국정화) 고지가 이뤄지면 우리는 물러설 수 없다. 중대한 결심을 하겠다”고 경고했다. 박 위원장도 문제가 됐던 자료를 오는 12일 오전 9시까지 위원장에게 제출하고, 제출하지 않으면 10시부터 현안질의를 위한 상임위를 열겠다”고 통보했다.

앞서 새정치연합 유은혜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은 정치를 시작하면서 가장 큰 목표가 ‘아버지의 명예를 회복하는 일’이라고 반복적으로 강조해 왔다”며 “그 결과 역사 교과서를 국정 교과서로 만드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같은 당 유인태 의원은 “대통령이 친일과 유신을 미화하는 국정 교과서를 만들면 국민통합이 되겠느냐. 이 정부가 하는 짓이 아베(신조 일본) 정권을 따라가는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황 부총리는 회의 시작 11시간 만인 오후 9시가 돼서야 정식으로 업무보고를 했다. 그는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가 확정됐느냐는 질문에 “국감이 끝나면 조속한 시일 내에 구분고시를 할 것”이라는 대답만 반복했다. 박 대통령이 단일 역사 교과서를 결정했다는 보도에 대해선 “대통령이 교육부에 내린 큰 지침은 ‘균형 잡힌 올바른 교과서를 만들라’는 것”이라며 “교육부가 만드는 교과서가 친일을 미화하고 독재를 옹호한다면 그게 가능하겠느냐”고 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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