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 ‘축구 대통령’ 꿈 사실상 좌절…FIFA 윤리위, 자격정지 6년 확정

입력 2015-10-09 03:26
정몽준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이 지난 6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가진 국제축구연맹(FIFA) 윤리위원회 조사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에서 심각한 표정으로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정몽준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의 ‘축구 대통령’ 꿈이 사실상 무산됐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8일(한국시각)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정 명예회장이 FIFA 윤리위원회로부터 자격정지 6년 징계를 받았다고 밝혔다. 제프 블라터 FIFA 회장과 미셸 플라티니 유럽축구연맹(UEFA) 회장, 제롬 발케 전 FIFA 사무총장에겐 자격정지 90일 징계가 내려졌다. 징계는 발표와 동시에 유효하며, 징계를 받은 인물들은 해당 기간 자국은 물론 국제적으로도 축구 관련 행위가 일체 금지된다.

이번 징계로 차기 FIFA 회장 선거의 가장 유력한 후보였던 플라티니 회장과 정 명예회장은 출마가 불가능해졌다. 징계로 인해 오는 26일로 마감되는 차기 회장 선거 후보등록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 명예회장은 즉각 보도자료를 내고 “블라터 회장과 플라티니 회장, 발케 전 사무총장은 뇌물, 배임, 횡령 등 범죄적 행위에 관련된 혐의를 받는 사람들임에도 90일 잠정 제재를 가한데 반해 나에 대해서는 조사 비협조, 윤리적 태도와 같은 애매한 조항을 적용해 6년 제재를 가한 것은 현저히 형평성을 잃은 것이다.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특히 윤리위는 조사 개시 당시 문제 삼았던 한국의 2022년 월드컵 유치위원회가 국제축구기금 계획을 설명하는 편지를 동료 집행위원들에게 보낸 것을 제재 이유에서 제외하고, 단지 조사 과정의 태도를 근거로 삼았다”며 “이는 이번 윤리위 제재가 정치적 동기에서 나온 것임을 입증한다”고 주장했다. 정 명예회장 측은 스위스에 있는 스포츠중재재판소(CAS)를 통해 법적 대응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블라터 회장은 카리브해 지역의 월드컵 방송 중계권을 제 가치에 훨씬 못 미치는 가격에 팔아넘긴 혐의 등으로 징계를 받았다.

플라티니 회장은 블라터 회장으로부터 200만 스위스프랑(약 24억원)을 받는 등 부패 문제에 연루됐다는 혐의를 받았다. 스위스 연방검찰 조사 결과 플라티니 회장은 2011년 FIFA 회장 선거를 앞두고 블라터 회장으로부터 이 돈을 챙겼다. 플라티니 회장은 1999년부터 2002년 사이 FIFA 기술고문으로 일했던 급여를 당시 FIFA 재정 상황상 뒤늦게 받은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석연치 않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유력 후보였던 플라티니 회장과 다크호스였던 정 명예회장의 낙마로 알리 빈 알 후세인 요르단 왕자의 당선 가능성이 커졌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