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현행 한국사 교과서에서 북한 서적을 출처로 기술된 것으로 의심되는 부분을 가려내 여당 의원들에게 제공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행 교과서를 ‘종북’으로 규정해 국정화 명분으로 삼으려는 포석이다.
또 박정희정부 평가에 지나치게 인색하다는 점을 조목조목 문제 삼았다. 국민일보가 7일 입수한 ‘고교 한국사 교과서 분석’ 자료를 보면 교육부는 현행 한국사 교과서 전체를 근·현대사 18가지 주제에 걸쳐 해부했다.
◇“한국 교과서가 북한 역사서에 근거해 기술”=교육부가 북한 서적을 그대로 발췌한 것으로 분석한 교과서는 비상교육과 천재교육 2종류다. 비상교육은 북한 과학원 역사연구소의 ‘조선통사’를 인용해 소련을 ‘해방군’, 미국을 ‘점령군’으로 묘사했다고 분석했다(표 참조). ‘치스차코프(소련군 사령관) 포고문’을 인용해 “붉은 군대는 조선인민이 자유롭게 창조적 노력에 착수할 만한 모든 조건을 지어주었다”고 설명하고 있는데 이는 조선통사와 일치한다는 것이다. 반면 ‘맥아더 포고령’ 중에서 “조선 인민에 대한 통치의 전 권한은 당분간 본관(맥아더)의 권한 하에 시행한다”를 발췌해 미국을 점령군으로 기술했다고 봤다. 천재교육이 미국의 원조를 설명한 부분이나 북한의 개혁 정책을 미화한 문장은 북한 사회과학원 역사연구소가 펴낸 ‘현대조선역사’와 겹친다고도 봤다.
미국의 잘못은 상세히 기술하면서 “소비에트 공산화 혁명의 참혹함이나 신의주의거 등 반(反)소련 의거에 대한 군동원 탄압·학살, 조만식 제거 등 소련의 민족주의자 제거에 대한 서술이 일체 빠졌다”는 지적도 내놨다. 교육부는 “대한민국 역사를 사회운동단체의 각종 시위, 저항사건 중심으로 서술한 것 자체가 북한 역사서들이 남한 역사를 서술할 때 쓰는 전형적 방식”이라고 꼬집었다.
◇‘5·16, 새마을, 유신’…박정희정부에 인색=교육부는 총 18개 주제 중 4개 주제를 박정희정부에 대한 시각차를 분석하는 데 할애했다. 5·16군사정변에 관해 “비상교육·미래엔·천재교육은 군사정권이 비판세력을 억압한 내용을 소개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천재교육이 ‘민주화를 지향한 4·19혁명 정신이 사실상 부정됐다’ ‘중앙정보부를 조직해 민주공화당을 비밀리에 만들고 불법적인 방법을 동원해 정치 자금을 조성했다’고 매우 비판적으로 기술했음을 지적했다.
베트남 파병에 대해서는 교학사를 제외한 7종류의 교과서가 후유증을 서술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교육부는 “천재교육·두산동아는 ‘베트남 민간인 학살’을 직접 언급했는데 이러한 표현은 전쟁의 불가피성과 교과서임을 감안할 때 과도한 표현으로 부적절하다”고 평가했다. 이어 “‘학살’이라는 표현은 의도성, 무모함, 잔혹함을 내포한 것으로 자칫 국군 명예를 훼손시킬 수 있다”고도 분석했다. 천재교육·두산동아·리베르가 고엽제 피해 문제를, 천재교육과 리베르는 ‘라이따이한’(한국계 혼혈) 문제를 추가로 서술한 점도 지목했다.
새마을운동의 경우 교학사가 이를 세계사에 유례없는 농촌발전운동으로 높이 평가한 점에 대해 “허용될 수 있는 수준에서의 관점의 차이”라고 봤다. 두산동아와 관련해선 “‘근대화 물결에 희생되는 농민들의 권익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였다’고 비판적으로 기술했다”는 해석을 내놨다. 천재교육·비상교육·미래엔·금성 등은 ‘유신체제 또는 정권유지에 이용됐다’는 정치적 평가를 곁들였다고 지적했다.
전수민 이도경 기자
suminism@kmib.co.kr
[관련기사 보기]
[단독-한국사 교과서 국정화]“검정 한국사교과서 2종류, 北서적 발췌”
입력 2015-10-09 0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