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패터슨 주장 일축할 증거 낼 것” 변호인 “피해자 배낭 매장에 있었다”

입력 2015-10-09 02:00
당초 ‘이태원 살인사건’의 살인범으로 지목됐던 에드워드 리의 아버지가 8일 서울중앙지법 법정에 들어서고 있다(오른쪽 사진). 진범으로 기소된 아서 존 패터슨의 첫 공판준비기일이 끝난 뒤 피해자 조중필씨의 어머니는 상기된 얼굴로 법정을 나섰다. 이병주 기자
‘이태원 살인사건’의 진범으로 기소된 아서 존 패터슨(36·사진)이 한국 법정에 섰다. 8일 오전 10시33분 서울법원종합청사 416호 대법정으로 연옥색 수의를 입은 그가 들어서자 방청석을 꽉 채운 150명의 시선이 일제히 쏠렸다. 패터슨은 재판부와 방청석을 번갈아 바라본 뒤 피고인석에 앉았다. 피해자 조중필(당시 22세)씨의 아버지(75)와 어머니 이모(72)씨는 침통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살해 현장 목격자이자 애초 용의자로 지목됐었던 에드워드 리(36)의 아버지는 가만히 패터슨을 응시했다.

패터슨은 입국 당시 길렀던 수염을 짧게 깎은 상태였다. 모든 답변은 영어로 했다. 재판이 한국어로 진행될 땐 불안한 듯 통역사를 바라봤고, 이따금 마른 입술을 혀로 적시기도 했다.

◇‘진범’은 패터슨? 유무죄 주장 핵심은=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심규홍) 심리로 열린 패터슨의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검찰과 변호인은 그의 살인 혐의를 놓고 정면으로 맞붙었다.

2011년 12월 패터슨을 살인죄로 기소한 박철완(43·사법연수원 27기) 부장검사가 공판검사로 직접 나섰다. 박 부장검사는 “공소사실 요지는 패터슨이 피해자 조씨를 칼로 찔렀고, 그 범행에 에드워드 리가 가담했다는 것”이라며 “‘조씨를 칼로 찌른 사람은 리이고 자신은 단순 목격자’라는 패터슨의 주장을 탄핵하는 증거 및 정황을 제시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변호인은 1997년 ‘거짓말탐지기’ 결과와 패터슨의 자필 의견서를 내놓으며 “조씨 살해범은 마약에 취했던 리”라고 맞섰다. 오병주 변호사는 “과거 거짓말탐지기 검사 결과 패터슨은 ‘진실’, 리는 ‘거짓’ 반응이 나왔다”며 “검찰은 당시 조씨가 메고 있던 배낭을 패터슨이 잡아당겨 칼을 위에서 아래 방향으로 찌를 수 있었다고 하지만 한 목격자는 ‘조씨 배낭이 햄버거 매장 2층 끝부분에 있었다’고 진술했다”고 주장했다.

‘일사부재리(一事不再理)’라는 법원칙을 놓고도 공방이 오갔다. 98년 이 사건의 증거인멸과 흉기소지 혐의로 기소돼 복역까지 한 패터슨에게 다시 살인죄 여부를 따질 수 있느냐는 것이다. 검찰은 “앞서 유죄를 받은 증거인멸죄와 이번 살인 혐의는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하지 않다”며 “과거 판결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당시 판결 죄명을 보니 흉기소지도 문제되는 것 같다”며 검찰 측에 의견서 제출을 요청했다. 또 하나의 공소사실이었던 흉기소지죄와 이번 살인죄의 동일성 여부가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둔 것이다. 패터슨은 재판 마지막에 진술 기회를 얻자 통역을 통해 “일사부재리 원칙에 대해 심리하느냐”고 재판부에 물었다. “포함된다”는 답변을 듣자 “매우 감사하다(Okay, Thank you very much)”며 밝은 표정을 짓기도 했다.

◇“우리 중필이 한을 풀어야…”=재판이 끝난 뒤 조씨의 어머니는 “이번엔 범인을 꼭 밝혔으면 좋겠다”며 “우리 중필이 한을 풀어야 한다. 우리 가족의 한도 풀어야 한다”고 했다. 아버지는 “리가 증인으로 나온다니 그 사람 말도 들어봐야겠다”며 “나는 아직도 리를 유죄로 판결한 1, 2심이 60∼70%는 맞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리의 아버지는 재판 시작 전 기자들과 만나 “패터슨 측이 엉뚱한 소리를 많이 하고 있어서 나도 알아야 대처할 수 있지 않겠느냐”며 “우리 아들(리)은 이 일에 본인 이름이 거론된다는 것 자체가 아주 괴로운 상황”이라고 했다. 다음 공판준비기일은 22일 오후 2시에 열린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관련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