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막내 여동생을 볼 수 있다니 정말 좋습니다.”
오는 20일 금강산에서 열리는 제20차 이산가족 상봉 대상자로 선정된 김우종(87) 할아버지의 얼굴에선 웃음이 사라지지 않았다. 5남1녀 중 넷째인 김 할아버지는 22세이던 1950년 6·25전쟁 당시 셋째형과 함께 한강을 수영으로 건너다 유엔군 부교(浮橋)에 올라타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다. 다른 가족은 북에 남았고, 함께 남으로 온 형은 이후 군복무 중 사고로 숨졌다.
김 할아버지는 가족들이 북한 어딘가에 살아 있을 것이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하지만 고향을 떠난 뒤 65년간 가족 소식은 전혀 들려오지 않았다. 대한적십자사가 이산가족 상봉 대상자를 찾기 시작한 1970, 80년대에 상봉 신청을 했지만 허사였다.
다행히 올해 이산가족 생사확인 과정에서 막내동생 김정희(81·여)씨와 조카 김홍실(79)씨, 최은숙(40)씨가 살아 있다는 사실이 극적으로 확인됐다. 다만 안타깝게도 형 김학종(90)씨의 생사는 확인되지 않았고, 동생 김필종씨도 1994년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향은 강원도 이천군 낙양면 지석리다. 전후 남한에서 전투경찰 등으로 근무했으며 현재는 혼자 살고 있다. 거동이 다소 불편한 상태다.
김 할아버지는 8일 “동생이 나온다고 하면, 보내만 준다면 내가 기어서라도 갈 마음”이라며 “형은 찾지 못했지만 막내동생을 찾았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동생을 만나면 뭘 하고 싶으냐는 질문에 “모든 걸 통째로 다 주고 싶다. 그런데 그게 여의치 않으니 걱정”이라고 아쉬워했다.
대한적십자사는 북한 조선적십자회와 이날 오후 1시쯤 판문점에서 이산가족 최종 상봉자 명단을 교환했다. 우리 측 이산가족 명단은 90명, 북측은 97명이다. 20∼22일에는 북측 방문단이 남측 가족을, 24∼26일에는 우리 측 방문단이 북측 가족을 만난다.
남측 최고령자는 구상연(98) 이석주(98) 할아버지다. 구 할아버지는 북측에 있는 딸을, 이 할아버지는 아들과 손자를 만날 예정이다. 전체 90명 중 80대가 46명으로 가장 많고 90세 이상(34명), 70대(10명) 등 순이다. 가족 관계별로 형제자매(37명), 3촌 이상(37명), 부자(14명), 부부·조손 1명씩이다.
북측 방문단 최고령자는 이흥종(88) 정규현(88) 채훈식(88) 할아버지로 각각 남측의 딸, 형수, 부인과 아들을 만난다. 80대가 96명, 70대가 1명이다. 형제자매(80명), 3촌 이상(12명), 부자(3명), 부부(2명) 등을 만날 예정이다.
상봉단이 최종 확정되면서 실무 준비도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14일까지 금강산 내 상봉시설에 대한 점검이 끝나면 15일 통일부와 한적, 현대아산 등 우리 측 선발대가 금강산에 들어가 북측과 마지막 세부 협의를 하게 된다. 가족들은 상봉 하루 전인 19일 국내 집결지에 도착해 방북 안내교육과 건강검진 등을 받게 된다.
당초 10일 북한의 무력도발 가능성으로 이산가족 상봉 행사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남북 간 협의는 예정대로 순조롭게 마무리됐다. 하지만 2013년 행사 직전 북한이 취소한 전례도 있어 마지막 고비는 남아 있는 상태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
이산상봉 대상자 선정된 87세 김우종 할아버지 “희망의 끈 놓지 않았더니 65년 만에 여동생 보게 되네요”
입력 2015-10-09 0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