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국정교과서 나오기까지는… ‘집필진 구성’ 등 난관 수두룩 험난한 국정화

입력 2015-10-09 02:02
정부가 한국사 교과서를 끝내 국정으로 전환하더라도 교과서를 완성하기까지는 여러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첫 고비는 ‘집필진 구성’이 될 전망이다. 교육부는 8일 “보수·진보 가리지 않고 다양한 전문가·교사 등이 참여할 것”이라고 장담했지만 국정 전환에 반대해온 역사학자·교사들은 “어용 교과서 제작에 참여할 양식 있는 전문가가 있겠느냐”며 집필 거부운동을 예고했다.

◇누가 집필할까=교육부는 국정 전환 시 ‘투명성’과 ‘다양성’을 원칙으로 집필진을 구성하겠다고 했다. 이를 통해 ‘정권 입맛 맞춤형’ ‘친일독재 미화’ ‘획일적 역사관 강요’ 등 그간 제기된 우려를 불식시키겠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교육부 뜻대로 될지는 미지수다. 서울대 고려대 등 주요 대학 역사전공 교수들이 국정화에 강력 반발하고 있다. 또 400여개 단체가 연대한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저지 네트워크’는 국정화를 강행하면 집필 거부, 채택 및 사용 거부 등 불복종운동을 펼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심지어 교육부의 의뢰를 받아 한국사 교과서 집필 기준을 개발하던 연구진도 지난달 11일 국정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서울의 한 대학 역사학과 교수는 “이런 분위기에서 선뜻 교과서 집필자로 나설 사람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국정화 반대 측에선 “교학사 교과서를 만들었던 뉴라이트 계열 학자들만 참여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런 흐름을 교육부도 우려하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역사가들이) 나설 수 없는 분위기가 형성된다면 역사학계의 폐쇄성을 자인하는 꼴”이라고 말했다.

집필진이 다양하게 구성되더라도 교과서가 제대로 만들어질지 의문이다. 정부가 이번에 국정화를 추진하면서 내놓은 명분 중 하나는 교과서 내용의 ‘통일성’이었다. 교과서별로 각기 다른 학설을 싣고 있는 경우가 많아 학생들이 공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하나의 유력한 학설을 가르치고 다른 학설을 첨언하는 방식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집필진 내부에서 원활하게 합의되기 어려운 부분이다. 더구나 국정화로 확정되면 학생들은 2017학년도부터 국정 교과서로 배운다. 교과서 집필과 현장 검토 등에 남은 시간이 1년여밖에 되지 않아 ‘날림 교과서’로 전락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향후 일정은=교육부는 8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제출한 ‘2015년도 국정감사 후속조치 현황 보고’ 자료에서 중학교 ‘역사’와 고교 ‘한국사’ 제작을 국사편찬위원회에서 책임지고 개발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국사편찬위는 현재 한국사 교과서의 검정 심사를 맡고 있는 국책기관이다. 편찬위는 대학교수·교사 등을 대상으로 공모 절차를 진행하게 된다. 또 교육부는 교과서 편찬 과정에서 수정·보완에 관여하는 편찬심의회를 역사학계 외에 학부모, 교육·국어·헌법학자 등 다양한 전문가로 구성할 계획이다.

교육부는 국정감사가 마무리된 뒤인 12일쯤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여부를 발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곧바로 ‘중등학교 교과용 도서의 국·검·인정 구분안’ 행정예고가 이뤄진다. 여기에는 중학교 ‘역사’와 고등학교 ‘한국사’ 과목을 비롯한 중·고교 교과서의 발행 방식이 구체적으로 담긴다. 행정예고 기간은 통상 20일 이상이다. 이에 따라 다음달 초 구분 고시가 확정 고시된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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