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PP 농업부문 충격, 그 어떤 FTA보다 크다

입력 2015-10-09 02:25

우리 정부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후속 참여 의사를 보인 가운데 쌀뿐 아니라 축산분야 등 농업부문 충격은 기존 자유무역협정(FTA)보다 클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TPP 협정 내용에 한·미 FTA 수준을 넘어서는 요인이 있는지 등을 집중 분석하고, 가입에 앞서 국내 피해 보전 절차 등을 정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8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일본은 이번 TPP 협정에서 쌀, 유제품, 사탕수수, 쇠고기·돼지고기 등 5대 ‘민감 분야’에 대한 관세·비관세 장벽을 상당 부분 제거하기로 합의했다. 쌀의 경우 미국과 호주에 저율관세할당(TRQ) 물량을 늘려주고, 쇠고기는 현재 38.5%에 달하는 관세율을 단계적으로 9%까지 인하하는 식이다. 돼지고기와 닭고기 역시 단계적으로 관세를 철폐하거나 대폭 감축하는 방향의 합의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같은 일본의 농산물 시장 개방은 한국의 TPP 가입에서도 첨예한 이슈가 될 전망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쌀 시장 보호 방침을 밝히긴 했지만 TPP 가입을 위한 본격적 협상이 진행되면 각국의 추가적인 농산물 시장 개방 요구를 무시하기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높다. 한국이 TPP 2차 가입국이 되기 위해서는 회원국 모두의 동의를 받기 위한 개별 협상을 진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지난 4월 개최한 ‘TPP와 농업분야 대응 전략’ 토론회에서도 “호주·뉴질랜드·칠레 등 많은 국가들이 한·미 FTA 수준의 추가 개방을 요구하고 있다. 영연방 3개국의 축산물 추가 개방 요구가 부담이 될 것”이라고 내다본 바 있다. 일본 수산물 수입 문제 등도 논란거리다. 이날 열린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감에서도 농수산 분야 피해에 대한 우려가 높았다. 김우남 국회 농해수위원장은 “이미 체결된 FTA 외에 농수산물 시장을 더 개방하거나 동식물 검역 조치(SPS)를 완화해야 한다면 TPP 참여는 허용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도 이에 “농업은 추가 개방 요구 가능성이 있어서 (TPP 가입을) 신중하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산업부가 이날 개최한 ‘TPP 전략 포럼’에서 전문가들은 TPP 최종 협정문을 철저히 분석해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장은 “우리나라가 TPP에 가입할 수 있는 시기는 현실적으로 빨라야 2017년이 될 것”이라면서 “그때까지 TPP 최종 협정문에 대해 한·미 FTA 이상의 높은 수준의 (개방) 요인이 있는지 등을 엄밀히 분석하고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국내 농업분야 피해보전 방식 등 지원제도를 내실화하는 한편 태국과 필리핀 등 TPP 신규 참여 희망국들과 연대할 필요도 있다”고 조언했다. 이재민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TPP 가입 협상 과정에서 불합리한 요구에 대해 세계무역기구(WTO) 협정 등을 최대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