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부친인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위임을 받아 한·일 양국에서 소송을 제기했다. 차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승리로 마무리되는 듯했던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이 2라운드로 접어들게 됐다.
신 전 부회장은 8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신 총괄회장의 위임장을 받아 한·일 양국에서 소송을 제기한 사실을 공개했다. 신 총괄회장이 자필 사인을 하고 지장(指章)을 찍은 위임장에는 “한국과 일본에서 법적 조치를 취해줄 것을 큰아들인 신동주에게 위임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우선 일본에서는 신 총괄회장을 소송인으로 롯데홀딩스 ‘대표권 및 회장직 해임 무효소송’을 냈다. 지난 7월 신 총괄회장을 롯데홀딩스 대표이사 및 회장에서 해임할 당시 제대로 된 절차를 밟지 않았다는 이유다. 긴급이사회를 소집해 해임하려면 재적 이사의 동의가 필요한데 신 총괄회장에게는 통지조차 없었다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이날 ‘이사 해임에 관한 손해배상 청구소송’과 ‘회계장부 열람등사 가처분 신청’을 서울중앙지법에 제기했다. 청구소송의 경우 가장 최근 신 전 부회장을 등기이사에서 해임한 호텔롯데와 롯데호텔 부산을 상대로 한 것이고, 가처분 신청은 중국 사업 등에서의 경영 부실을 파악하기 위한 것으로 롯데쇼핑을 상대로 했다.
신 전 부회장은 소송 목적으로 신 총괄회장의 즉각적인 원대복귀 및 명예회복, 불법적인 결정을 한 임원들의 전원 사퇴를 꼽았다. 그는 아내인 조은주씨가 대신 낭독한 발표문에서 “신동빈은 지나친 욕심으로 아버지인 총괄회장의 롯데홀딩스 대표권과 회장직을 불법적으로 탈취했다”며 “총괄회장은 격노하고 매우 상심해 총괄회장 본인의 즉각적인 원상복귀와 동생을 포함한 관련자들의 처벌을 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자회견에 함께한 김수창 변호사는 소송 전망과 관련해 “저희가 100% 이긴다”고 자신했다.
또 일본 광윤사와 롯데홀딩스 지분 상황을 소개하며 그룹의 정통성이 신 전 부회장에게 있다고 강조했다. 신 전 부회장이 한국에 설립한 SDJ 코퍼레이션의 민유성 고문은 “신 전 부회장이 광윤사 지분을 50% 소유한 것은 신 총괄회장이 ‘앞으로 네가 이어서 경영해가라’는 뜻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롯데그룹은 자료를 통해 “신동빈 회장의 한국·일본 롯데그룹 경영권 관련 사항은 상법상 절차에 따라 이사회와 주주총회 등을 통해 적법하게 결정된 사안이므로 소송이 현재 상황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신 총괄회장의 위임장과 관련해서도 “(신 총괄회장의) 진정한 의사에 따른 것인지 의심된다”고 강한 의문을 제기했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신동주, 아버지 위임받아 소송… 롯데사태 다시 요동
입력 2015-10-09 02: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