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매물 ‘최대어’로 꼽히는 대우증권 인수전의 막이 올랐다. 최대주주인 KDB산업은행은 8일 대우증권과 산은자산운용을 패키지로 묶어 매각하는 내용의 공고문을 공식 게재했다. 2조원대 중반에 육박하는 매각대금뿐 아니라 대우증권의 덩치를 고려하면 매각 후 업계 1위 증권사 등극이 확실시돼 업계 판도를 뒤흔들 전망이다.
산은은 이날 홈페이지와 조달청 나라장터에 대우증권과 산은자산운용 주식 매각 공고를 냈다. 매각 대상은 산은이 보유한 대우증권 지분 43%와 산은자산운용 지분 100%다. 지난해 말 기준 대우증권 지분 43%의 장부가액은 1조7700억원, 산은자산운용 지분 100% 장부가액은 600억원 수준이다. 하지만 대우증권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하면 패키지 매각가격은 2조∼2조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산은은 투자자들에게 주식매각안내서도 배포했다. 예비입찰 접수시한은 11월 2일(오후 3시)이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국회 정무위 국정감사에서 대우증권 등 산은의 금융 자회사를 내년 3월 말까지 매각하겠다고 밝혔다.
대우증권 매각이 시장의 높은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은 매각 후 시너지 효과 때문이다. 대우증권은 올 6월 말 기준 자산 34조9322억원, 자본총계 4조3049억원으로 NH투자증권에 이어 업계 2위 증권사다. 강점을 보여 온 주식 위탁수수료(브로커리지) 분야뿐 아니라 투자금융(IB)과 자산관리 등 수익원이 다양하다는 점도 장점이다. 기업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기준 투자일임자산(증권사가 고객이 맡긴 돈을 알아서 투자해주는 것) 분야에서 대우증권은 고객 수(38만8245명)와 계약 건수(41만5979건)에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대우증권을 인수할 경우 NH투자증권을 능가하는 대형 증권사 탄생이 가능해진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새로운 경쟁자가 등장하는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업계를 주도할 거대 증권사가 생기면 전체 파이가 커져 업계 발전에 긍정적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현재 인수전에서는 KB금융과 미래에셋이 앞서있는 모양새다. KB금융의 경우 우리투자증권 인수전에서 NH금융에 패한 경험이 있는 만큼 대우증권을 인수하려는 의지가 강하다. 특히 윤종규 KB금융 회장이 비은행 부문을 강조해 왔다는 점에서 지난해 인수한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에 이어 대형 증권사까지 거머쥘 경우 은행 부문과 비은행 부문의 균형 잡힌 라인업을 구상할 수 있다. KB국민은행은 현재 카카오 컨소시엄에 참가하며 인터넷전문은행 진출도 노리고 있다.
미래에셋증권도 1조2067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발표하며 대우증권 인수전에 본격 뛰어들었다. 당초 은산분리 규제(산업자본은 의결권 있는 은행 지분 4%까지만 보유 허용)를 받지 않는 장점을 활용해 인터넷전문은행 참여가 유력시됐지만 은행보다 증권업에 주력키로 하면서 대우증권 인수가 그룹 성장에 중요한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증권가에서는 미래에셋증권이 대우증권을 인수할 경우 7조원이 넘는 자기자본을 보유한다는 점에서 금융당국의 초대형 증권사 육성 방침에 부합한다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한국금융지주, 중국 시틱그룹 등도 인수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하나금융투자 차인환 연구원은 “매각이 성사되면 대우증권은 자산과 자본 규모 면에서 업계 1위를 탈환해 1위 증권사로서의 프리미엄 부여가 가능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백상진 박은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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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가 판도 뒤집을 초대형 매물… 대우증권 인수전 개막
입력 2015-10-09 02: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