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국정 ‘핵’ 국정 교과서… ‘교과서 전쟁’ 본격 돌입

입력 2015-10-09 02:14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회의실이 8일 교육부에 대한 국정감사 파행으로 텅 비어 있고, 위원장석에 설치된 모니터에는 ‘감사중지’라는 글씨가 보인다. 여야 의원들은 중·고교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문제를 놓고 찬반 격론을 벌이며 퇴장과 입장을 반복했다. 1차(지난달 10∼23일), 2차(지난 1∼8일)로 나뉘어 진행된 이번 국정감사는 여야의 당내 계파 갈등에 이어 교과서 국정화 문제로 인해 마지막까지 졸속으로 진행됐다. 김지훈 기자

여야가 ‘교과서 전쟁’에 돌입했다. 중·고교 한국사 교과서 발행 체제를 기존 검정에서 국정으로 바꾸려는 정부 움직임에 여당은 ‘총력지원’을, 야당은 ‘결사반대’로 맞선 것이다.

공천 제도와 혁신안 갈등으로 내홍을 겪는 여야가 ‘보·혁 대립’ 성격이 짙은 교과서 전쟁에서만큼은 진영을 반분해 똘똘 뭉치는 양상이다. 총선을 앞두고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전환점이 될 수 있는 만큼 절대 밀릴 수 없다는 각오다. 한국사 교과서 문제가 최대 쟁점으로 급부상하면서 국정감사 이후 예산·법안 심사에 돌입하는 정기국회마저 공전과 파행을 거듭할 전망이다.

새누리당은 8일 현행 검정 체제는 국민 분열을 조장해온 만큼 국정 교과서야말로 국민통합을 위한 것이라는 ‘프레임’을 집중 부각시켰다. 또 정책위 산하에 역사교과서개선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오는 11일 당정협의회를 개최키로 하는 등 교과서 국정화 속도전에도 착수했다.

공천 갈등으로 험악했던 새누리당 지도부 역시 오랜만에 최고위원회의에서 한목소리를 내며 국정화 필요성을 역설했다. 김무성 대표는 “대한민국 정통성을 격하하고 북한을 옹호하는 역사 서술이 만연한 상황에서 학생들은 어떤 교과서를 선택해도 국민 정체성과 긍정적 역사를 배울 수 없는 구조”라며 “이런 걸 막고자 하는 게 국민통합 역사 교과서를 만들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원유철 원내대표도 “미래를 위해 더는 이런 비정상을 방치해선 안 된다”고 가세했고, 서청원 최고위원은 “어떤 일방의 주장으로 국민 갈등을 심화시키는 교과서가 되면 안 된다”고 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역시 그간의 주류 대 비주류 대립을 중단하고 한국사 교과서 문제에 당력을 집중했다. 한국사 교과서가 국정화될 경우 유신시대와 군사정권 시절의 역사 교육이 부활할 뿐 아니라 친일파가 미화될 것이라는 구도를 내세워 총공세에 나섰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국정감사대책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겨냥해 “‘아버지는 친일파 중용, 딸은 극우파 중용, 아버지는 군사 쿠데타, 딸은 역사 쿠데타’라는 말을 대통령에게 꼭 들려드리고 싶다”고 했다.

새정치연합은 정부가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발표를 중단하고, 여야와 합의해 중립적 인사로 구성된 한국사 교과서 개선 공청회를 열자고 제안했다. 야당 내부에선 교과서 국정화 문제를 정기국회 의사일정 등과 연계하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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