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이단 의혹, 명예훼손으로 봉쇄돼선 안돼”… 진용식 목사, 파기환송심서 대부분 무죄 판결

입력 2015-10-09 00:22

안상홍 교주가 국수를 먹다 사망한 것에 빗대 ‘하나님의교회 세계복음선교협회’(구 안상홍증인회)를 ‘냉면급체교’라고 비판한 것은 명예훼손이나 모욕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결이 나왔다. 정통교회의 관점에서 하나님의교회 교리나 교주에게 이단적 요소가 있음을 비판하고 알리기 위한 것이므로 종교비판의 자유에 해당된다는 취지다.

수원지법 형사합의5부(부장판사 이민수)는 하나님의교회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한국기독교이단상담소협회장 진용식(안산 상록교회) 목사에 대한 파기환송심에서 이같이 판결했다고 8일 밝혔다.

진 목사는 2009년 7개 교회와 한일장신대에서 이단예방 세미나를 진행하면서 ‘안상홍이 국수를 먹다가 사망했으며 부활하지 못하고 썩어 버렸다’ ‘신도들은 안상홍이 왜 죽었는지도 모르며 어떤 사람들은 이 단체 이름을 냉면급체교라고 한다’ 등의 발언을 했다(표 참조). 하나님의교회 측은 이 발언을 녹취해 고소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헌법상 종교비판의 자유는 최대한 보장되며, 반대종파에 대한 문제제기가 명예훼손으로 봉쇄돼선 안 된다고 적시했다.

재판부는 “하나님의교회가 스스로 주장하는 단체의 규모, 선교, 봉사활동, 교리 내용 등에 비춰 안상홍이나 그의 사망 경위에 관한 사실은 종교단체만의 영역을 벗어나 공적인 사실에 해당된다”면서 “이에 대한 의문이나 의혹에 대해선 그 개연성이 있는 한 공개토론을 위한 문제제기가 광범위하게 허용돼야 하며 명예훼손이라는 이름으로 봉쇄돼선 안 된다”고 밝혔다.

또 “강연의 전체적 내용은 하나님의교회의 신앙 대상이나 교리에 이단적 요소가 있다고 비판하는 것”이라며 “이를 통해 주의를 촉구하고 경각심을 일으켜 신도들을 보호하고 교리상의 혼란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어떤 종교나 교주에게 이단성이 있다고 하는 발언은 근본적으로 종교적 비판행위에 해당되는 점 등을 종합하면 다소 과장·왜곡, 부적절한 표현이 있더라도 중요 부분에서 진실에 합치하거나 허위라는 증명이 없다면 명예훼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모욕혐의에 대해서도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진 목사가 안상홍의 사망 경위를 언급하면서 전달력을 높이기 위해 ‘냉면을 먹다가 갑자기 사망했으므로 어떤 사람들은 하나님의교회를 냉면급체교라고 부른다’는 취지로 발언했지만, 종교적 비판의 경우 자신의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이 당연히 수반될 수밖에 없다”면서 “문제의 발언이 하나님의교회 신도들에 대한 증오의 감정을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없는 등 사회통념에 비춰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으므로 모욕죄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다만 “장길자가 안상홍의 네 번째 부인, 첩”이라고 표현한 부분에 대해서는 명예훼손에 해당되고, 안상홍의 설교사진을 허락 없이 사용한 것은 저작권법 위반이라며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진 목사는 “장씨에 대한 명예훼손과 안씨 사진 사용에 대한 저작권법 위반을 인정할 수 없어 상고장을 제출했다”면서 “이번 재판은 하나님의교회가 국민일보를 상대로 제기한 6억4000만원의 명예훼손 소송과 함께 반사회적 종교집단의 실체를 밝혀내는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