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더스 따라 힐러리 ‘좌클릭’… TPP 반대·월가 규제 강화 잇따라 진보적 입장 표명

입력 2015-10-09 02:57
미국 민주당의 대선 경선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무장관 재임 시절 TPP를 앞장서 추진한 것과는 상반된 태도다. 클린턴 전 장관은 또 월가에 대한 강력한 규제 정책도 내놨다.

이런 움직임은 경쟁 상대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을 견제하는 동시에 진보 세력의 지지를 얻기 위해 ‘좌클릭’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클린턴 전 장관은 7일(현지시간) 미 공영방송 PBS와 인터뷰를 갖고 “오늘 현재 내가 알고 있는 대로는 (TPP에) 찬성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무역협정은 좋은 일자리와 임금인상, 국가안보의 증진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며 “환율 조작 문제가 협정에 포함되지 않았고, 환율 조작으로 미국의 일자리를 잃은 점에 우려한다”고 주장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도 부정적으로 언급했다. 그는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했을 때 한국과의 무역협정을 물려받았고, 더 좋은 협정으로 만들고자 노력했다”며 “(그러나) 돌이켜보면 시장 접근이나 수출 증대 등에 관해 우리가 얻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들을 얻지 못했다”고 말했다.

클린턴 전 장관은 TPP 등에 대한 반대로 민주당 최대 지지기반인 노조의 지지를 얻어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샌더스 의원과 다른 경선 주자 마틴 오맬리 전 메릴랜드 주지사도 TPP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이미 밝힌 바 있다.

클린턴 전 장관은 월가 규제 방안도 공개했다. 골자는 법을 위반한 금융업계 종사자를 업계에서 퇴출하고, 위법 행위에 부과된 벌금 일부를 경영진이 부담하도록 하는 것이다. 아울러 컴퓨터를 이용한 초단타매매(HFT)에 세금을 새로 부과해 과도한 주문으로 시장을 교란하는 트레이더와 투자자를 규제할 계획이다. 또 은행이 자기자본으로 주식·채권을 매매하는 것을 금지하는 ‘볼커룰’을 강화하기로 했다. 그는 “잘못된 행동을 한 금융인들을 기소해 형무소에 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클린턴 전 장관은 뉴욕에서 8년간 상원의원을 하면서 친(親)월가 행보를 보였으나 최근 당내 진보진영으로부터 월가와 거리를 두라는 압박을 받아왔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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