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이 심각하다. 올 들어 지금까지 전국의 누적 강수량이 평년(30년 평균치)의 62%에 불과하다. 서울·경기가 가장 낮아 42%이며, 충남북과 강원 지역도 50%선이다. 가을과 겨울에도 비가 많이 내릴 가능성이 희박해 전국이 사상 최악의 물 부족에 직면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상대적으로 저수량이 적은 충청지역에선 벌써 제한급수를 실시해야 할 만큼 큰 어려움에 봉착했다. 정부와 정치권, 지방자치단체가 비상한 자세로 대비책을 마련해야겠다.
당장은 4대강 사업으로 모아진 물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극심한 가뭄에도 4대강 사업으로 설치된 16개 다기능 보는 저수율이 100%에 가까워 관로만 설치하면 주변지역 물 부족 해소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저수량이 7억2000만t이나 된다. 이를 위해 농림축산식품부가 수립한 ‘하천수 활용 농촌용수 공급사업’이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각 부처가 적극 협조해야겠다. 사업 진행을 위한 예비타당성 조사를 신속히 실시해 공사기간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저수지 확충은 기본이고, 중소규모 댐을 지속적으로 건설할 필요가 있다. 일본은 2000년 이후 200여개의 중소규모 댐을 건설해 물 부족 해결에 큰 힘이 됐다. 도서와 산간 등 상습가뭄 지역에는 지하수 관정과 해수담수화 시설을 크게 늘려야겠다. 이런 사업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지자체가 주도하고 중앙정부가 적극 돕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정부는 가뭄 대책과 물 관리를 연계하는 컨트롤타워 설치가 시급하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에 귀 기울이기 바란다. 기상청과 국토교통부 농림축산식품부 국민안전처 등에 분산된 기능을 통합해 국무총리실이 주도하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겠다. 중앙부처와 지자체가 함께 참여하는 물관리협의회 같은 회의체를 두면 의사결정을 보다 신속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물 대책으로는 많은 물을 확보하는 일 못지않게 보유한 물을 절약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우리 국민은 물을 낭비하는 습성이 있다. 물 부족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물의 가치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편이다. 정부가 물 부족 실태를 적극적이고도 정확하게 알려 전 국민이 절수를 생활화하도록 분위기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 전 국민을 물 절약에 동참시키려면 이번 기회에 대대적으로 절수 캠페인을 벌이는 것도 방법이겠다.
물 절약의 근본적인 대책은 원가에도 못 미치는 수돗물 값을 현실화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수돗물 값이 턱없이 싼데도 국가경제, 서민경제 위축을 이유로 인상하지 않고 있다. ‘물=돈’이라는 인식을 갖지 않으면 물 절약운동의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사설] 최악의 가뭄, 비상한 대책이 필요하다
입력 2015-10-09 00: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