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秋男의 계절, 가을을 물들여주마!… 가을 신인 고종욱·숨은 용병 스나이더

입력 2015-10-09 02:13

넥센 히어로즈는 7일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상대 내야수의 어이없는 실책에 힘입어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하지만 내부적으로 큰 소득을 얻었다. 바로 새로운 ‘가을남자’ 브래드 스나이더와 ‘가을신인’ 고종욱의 발견이다.

스나이더는 벤치에서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시작했다. 출발은 늦었지만 가을야구의 서막을 연 주인공은 스나이더였다. 스나이더는 SK전에서 6회말 대타로 등장해 3타수 2안타 1타점을 기록했다. 특히 연장전에서 ‘기적’의 발판을 놓았다. 스나이더는 3-4로 뒤진 11회말 1사 2루에서 SK 왼손 마무리 정우람을 상대해 동점 2루타를 쳤다. 벼랑 끝에 몰렸던 넥센이 기사회생하는 장면이었다. 뒤이어 2사 만루에서 3루에 있던 스나이더는 윤석민의 타구를 SK 유격수 김성현이 놓치는 사이 홈을 밟았다. 한국프로야구 최초로 열린 와일드카드 결정전이 끝나는 장면이었다. 스나이더는 최우수선수로 선정돼 100만원 상당의 타이어뱅크 교환권을 받았다.

스나이더는 이제 진짜 가을남자가 됐다. 지난해 대체 선수로 LG 트윈스와 계약해 타율 0.210, 4홈런, 17타점으로 부진했던 스나이더는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 8경기에서 타율 0.433(30타수 13안타), 2홈런, 6타점으로 활약했다.

넥센은 LG와 재계약에 실패한 스나이더를 영입했다. 스나이더는 시즌 초 극심한 부진에 빠지며 2군행까지 겪었지만 후반기에 타율 0.299, 16홈런, 35타점을 올리며 도약했다. 그리고 올해 포스트시즌에서는 첫 경기부터 가장 빛나는 선수가 됐다. 스나이더는 “포스트시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자 정규리그에서 치열하게 싸우지 않았는가”라며 “야구를 하면서 가장 즐거운 시간도 포스트시즌을 치를 때”라고 말했다.

SK와의 경기에서 포스트시즌 데뷔전을 치른 고종욱도 넥센의 새 비밀병기가 됐다. 염경엽 감독은 “라인업 6개를 두고 타격 코치와 함께 계속 고민했다. 결국 가장 좋은 테이블세터 조합으로 1번 서건창과 2번 고종욱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염 감독의 기대대로 고종욱은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맹활약을 펼쳤다. 3타수 1안타 1볼넷 1타점 2득점을 올렸다. 팀이 올린 5점 중 3점이 고종욱의 손과 발에서 나왔다. 특히 1-3으로 지고 있던 7회에는 우중간을 완전히 가르는 1타점 3루타를 날린데 이어 이택근의 1루 땅볼 때 홈까지 밟아 팀의 3-3 동점을 만들었다. 고종욱은 “내 역할이 주어진다면 대주자든 대타이든 무조건 열심히 하겠다”고 각오를 전했다.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