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종원 장기기증원 이사장 “장기기증, 아직도 국민에게 낯설어… 홍보·교육 뒤따라야”

입력 2015-10-09 02:20

“우리나라 장기기증 및 이식 시스템은 어느 정도 갖춰졌는데, 국민들에게 장기기증이란 말이 아직도 낯설게 느껴지는 상황입니다. 정부와 민간의 지속적인 홍보와 교육이 뒤따라줘야 해요.”

오는 17일 서울 여의도광장에서 ‘세계 장기기증 및 이식의 날’ 행사가 국내 처음으로 열린다. 세계보건기구(WHO)와 보건복지부, 대한이식학회 등이 공동 후원한다. 세계 장기기증 및 이식의 날은 2005년 WHO와 스위스 제네바의 ‘공정이식재단(Fair Transplant)’이 공동 제정했다. 매년 개최국의 장기기증 활성화를 위한 법적·제도적 시스템을 확립하고 다양한 문화행사를 통해 장기기증 인식 확산을 지원한다.

행사를 주관하는 한국장기기증원 하종원(서울대병원 외과 교수·사진) 이사장은 8일 “한국은 장기이식 기술 등 많은 발전을 이뤘으나 장기기증률은 선진국에 비해 뒤떨어지고 국민 인식도 여전히 낮다”고 지적했다. 하 이사장은 “2000년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고 2011년 ‘뇌사 추정자 신고 의무화’ 이후 뇌사 장기기증이 꾸준히 늘고 있지만 기증률은 높지 않다”고 말했다.

지난해 우리나라 뇌사 장기기증자는 446명이다. 인구 100만명당 8.69명에 불과해 우리와 인구가 비슷한 스페인 등 장기기증 선진국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하 이사장은 “아직도 병원에서 많은 뇌사 추정자가 신고되지 않은 채 사망하고 있는 걸로 추정된다. 신고가 됐다 하더라도 ‘가족 거부’로 실제 기증까지 연결되지 않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이는 갑작스럽게 맞닥뜨린 가족의 뇌사 상황에 당황한 측면도 있지만 평상시 장기기증에 대해 들어보지 못하고 아무 생각이 없다가 막상 닥쳐서 결정을 못하는 경우가 더 많다”고 지적했다.

현재 장기이식 대기자는 매년 3000명 이상 새로 등록되고 연간 1000명 이상이 이식을 기다리다 안타깝게 생을 마감한다. 하 이사장은 “뇌사자 1명이 평균 3.24개의 장기를 기증하니 1200명 이상 뇌사 기증자가 추가로 나와야 어느 정도 장기이식 수요를 따라갈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의학기술 발전과 치료제 개발로 뇌사 자체가 점점 줄고 있어 이 같은 기대치를 충족하긴 쉽지 않다. 그래서 ‘순환정지후(심장사) 장기기증’(DCD) 같은 ‘또 다른 통로’가 마련돼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장기기증의 날 행사에서는 황영조 이봉주씨 등 스포츠 스타들과 자원봉사자, 시민 등 1000여명이 3.5㎞를 함께하는 ‘초록리본 희망 걷기대회’가 열린다. 인순이, 제국의아이들 등 연예인들이 장기기증 수혜자·기증자 가족, 의료진 등으로 구성된 ‘생명의 소리 합창단’과 함께 생명 나눔 콘서트를 연다.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