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만 변호사의 성경과 법] 아브라함과 소박데기

입력 2015-10-10 00:47

이혼이란 평생 따라다니는 주홍글씨였던 적이 있었다. 무언가 잘못이 있어 이혼을 당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그런 연유로 아내가 남편의 폭력을 피해 친가로 와도 친정 부모들은 ‘딸은 출가외인’이라면서 시가로 돌려보냈다. 아내는 기댈 수 있는 곳이 없었고 경제적인 자립 능력도 없어서 주체적으로 이혼을 요구하지 못했다.

창세기 12장에 보면 아브라함은 기근이 생겨 애굽 땅에 갔다가 자신의 아내를 어여쁘게 본 왕에게 죽임을 당할까 두려워 여동생이라 속이고 아내를 왕에게 넘겨준다. 그것도 한 번이 아니라 여러 번 같은 상황이 반복된다. 그런데 성경에는 여성들이 당시 남편에게 받은 상처와 배신감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

그때나 지금이나 남자에게 버림받고, 상처받은 여성들이 많지만 이혼에 대해서는 두려움을 먼저 느낀다. 아직도 여성들은 이혼에서는 약자인 것이다. 기독교라는 세계관에서 봤을 때 교회 공동체에서도 이혼한 여성으로 살아가기란 무척 어렵고, 사람들의 시선도 따갑다.

이혼은 여전히 주홍글씨인가? 1년에 36만여쌍이 결혼하는데 또 12만6000쌍이 이혼한다고 한다. 요즈음은 집집마다 한 자녀 가정이 늘어 교육열이 대단히 높다. 딸도 대학교육은 물론 해외유학을 보내 애지중지 키우다 보니 시집간 딸이 남편이나 시집에서 무시를 당하면 친정부모 중에는 이를 참지 못하고 이혼을 시키려고 적극적으로 나서는 경우조차 있다.

평소 친분이 있던 재벌 회장 부부가 나를 찾아왔다. 합의이혼을 하려고 하는데 합의이혼은 법정에 직접 출두해야 하므로 재판상이혼을 하겠다는 것이다. 형식은 재판상이혼이지만 실질은 합의이혼인 것이다. 재벌 회장의 이혼 사유는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젊은 아내를 이제 놓아주고 싶다는 것이었다. 너무나 사랑하였기에 이제는 아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자유롭게 살길 원한다고 했다. 부부의 진심을 느낄 수 있었고, 결국 부부는 이혼했다. 재벌 회장의 아내는 그 후 총각과 재혼하였다.

최선의 노후대책은 아내와 함께 사는 것이 되었다. 이혼한 아내는 혼인 중 형성된 재산의 반을 재산분할로 받아 남편시집살이에서 벗어나 새로운 제2의 인생을 살지만 이혼한 남편은 평생 직장생활만 하다가 은퇴하였기 때문에 은퇴 이후에 가정에서의 생활이 익숙하지 못하다. 100세 시대에 반 남은 재산으로 홀로 여생을 보내기도 매우 힘들다. 이제 소박데기는 아내가 아니라 남편이 그 대상이 된 셈이다.

아내와 함께 살아남기가 은퇴자들의 화두가 되었다. 어느 날 갑자기 성격차이라는 이혼 사유가 기재된 황혼이혼 소장을 받아들고 찬바람 부는 거리에서 서성거리게 될지도 모른다.

이제는 아내에게 진심으로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아내가 파마를 하고 들어와서 “내 머리 예뻐”라고 물었을 때 건성으로 “응” 하고 대답하는 남편에게는 황혼이혼 소장의 이혼사유가 하나씩 쌓이게 될지도 모른다. 그럴 때 “우리 처음 만났을 때 모습이 나오는데, 정말 예쁘다. 그 당시가 생각나는데” 하면서 10초간 추임새를 넣어주면 황혼이혼 소장을 받게 될 일은 없을 것이다.

최상의 노후대책은 “응” 남편에서 벗어나서 10초간 추임새를 넣어주는 것이다. 이혼법정에 들어서면 여성시대가 도래하고 있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아내의 말에 10초간 추임새를 넣는 작은 노력이 남편 노후를 보장해줄 것이다.

이재만 변호사 (충신교회 안수집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