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곡을 찔렀다. 지난달 고용노동부 국정감사에서 심상정 의원은 이기권 장관을 앞에 두고 이렇게 말했다.
“장관도 임금피크제 동참하고 계십니까? 장관님 포함돼요? 안 돼요? 여기 있는 국회의원들 포함돼요? 안 돼요? 도대체 양심이 있어야 될 거 아니에요. 이 짝퉁 임금피크제, 이게 임금 상한제인데 왜 이 사회에서 고액임금 받는 사람들은 임금 상한제에 포함 안 시켜요. 그러면? 장관은 왜 1억2000만원씩 다 가져가요? 국회의원들은 왜 1억4000만원을 다 받아야 되고. 5000만∼6000만원 받는 늙은 노동자들 3000만원짜리 청년 연봉 만들어 내라고 하면서 왜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고액임금 다 받아갑니까? 왜?”
‘심상정 화났다. 국정감사 폭풍 사자후 작렬’이란 제목으로 유튜브에 게재된 이 동영상은 170만뷰를 넘어섰다. 왜 누구는 임금피크제에서 제외되는가? 이것은 중요한 질문이다. 그 ‘누구’가 억대의 고액 임금을 받는 사람들이라면 이 질문은 한층 심각한 것이 된다.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적 합의조차 약자들에게만 부담을 지우는 방식으로 구성되는 편파성을 폭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시 생각해 봐도 국회의원이나 고위 관료들, 대기업 임원 집단 등이 임금피크제 적용을 받지 않는다는 것은 이상한 일이다. 재원 마련이란 측면에서도, ‘노블레스 오블리주’라는 측면에서도, 경제적 여유나 사회로부터 누린 특권이란 측면에서도 그들의 임금을 깎지 말아야 할 이유를 찾을 수 없다. 특히 일자리 문제를 책임진 주무부처 장관이나 임금피크제 도입 합의를 이끌어낸 노사정위원장조차 자기 임금을 깎아 내놓지 않으면서 노동자들에게 임금을 양보하라고 하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
임금피크제 합의 직후 박근혜 대통령은 민간 기부로 조성되는 청년희망펀드를 제안하고 1호 기부자로 등록하면서 월급 20%를 내겠다고 약정했다. 그 뒤를 따라 정부 관료들과 공공기관, 기업, 명사들의 기부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대부분 임금피크제에서 제외되는 사람들인데, 자발적 기부를 통해 고통 분담에 동참하는 모습으로 비쳐지기도 한다. 그런데 이것 역시 공정해 보이진 않는다. 노동자들의 임금은 깎아 내면서 고위층이나 고액 연봉자들은 자발적 기부를 유도한다? 노사정 합의문에는 “고소득 임직원은 자율적으로 임금 인상을 자제하고”라는 대목도 있다. 누구는 강제하고 누구는 자율에 맡긴다.
임금피크제 논의 과정을 지켜보면서 한 가지 흥미로운 것은 ‘피크제’라는 개념이 사회적으로 수용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피크제란 과도하게 한쪽으로만 쏠리는 것은 곤란하니 사회적으로 허용할 수 있는 상한선을 정하고 그 이상이 되는 것은 막자는 것이다. 이전이라면 반시장적이라거나 반자본주의적이라고 공격받았을 법한 개념인데, 임금피크제 논의를 거치면서 많은 이에게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것 같다.
임금피크제에 대한 찬반 여부와는 별개로 피크제라는 개념이 사회적 승인을 얻어나가는 것은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볼 수도 있다. 피크제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면 불평등 문제를 풀어갈 가능성이 생겨난다고 보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이런 질문이 가능해진다. 임금에 피크제가 필요하다면, 근로시간에도 피크제가 필요하지 않은가. 과도한 걸로 치자면 임금보다 근로시간이 더 심각하다. 지나친 발상일 수도 있겠지만 소득피크제는 왜 안 되는가. 자본소득이야말로 불평등의 주요 원인이라고 하는데 자본소득에 상한선을 두면 안 될 이유가 있을까.
김남중 문화체육부 차장 njkim@kmib.co.kr
[세상만사-김남중] 왜 임금에만 피크제를 두는가
입력 2015-10-09 0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