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직격 인터뷰-서병수 부산시장] 낙동강 물길 열리면 엄청난 변화올 것…우리 상대는 홍콩·싱가포르

입력 2015-10-09 02:11
‘낙동강 하굿둑 개방과 서부산 개발, 가덕도 신공항, 고령사회와 일자리·창업 문제, 문화도시, 해양금융 중심도시, MICE 산업 중심지….’

부산시가 꿈꾸고 그리는 도시의 모습과 산적한 현안들이다. 서병수 부산시장은 부산을 ‘국내 제2의 도시’로 부르는 데 거부감을 드러냈다. 그는 “부산은 싱가포르나 홍콩, 상하이 등과 경쟁하는 글로벌 해양도시”라고 했다. 그는 요즘 낙동강 하굿둑 개방이라는 새로운 이슈를 꺼내 들었다. 서 시장은 “막혀있던 낙동강 물길이 뚫리면 부산에 엄청난 변화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5일 부산시청 집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낙동강 수문을 개방하겠다고 했는데 쉽지 않은 이슈인 것 같다.

“그건 의지의 문제다. 의지만 있으면 국민을 설득할 수 있다. 개방하면 염분이 올라와 취수원에 문제가 생기고, 농·공 용수 확보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종합적으로 검토해 적정한 방법을 찾는다면 큰돈 들이지 않고도 할 수 있다. 취수원을 삼랑진 너머 창녕까지 옮기려면 2조7000억원이 든다고 하는데 기수 담수화나 해수 담수화로도 부산 인근의 식수와 농·공 용수를 해결할 수 있다. 실제로 지금 두산이 기장에 역삼투압 방식의 담수화 시설을 갖춰 놓고 담수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 방법 외에도 훨씬 단가를 떨어뜨려 먹는 물을 생산할 방법이 있다고 본다.”



-낙동강 뱃길 복원도 거론했던데.

“그동안 낙동강 하굿둑 때문에 물이 흐르지 않아 수질이 너무 악화됐다. 수중 생태계가 복원되면 무한한 가치가 만들어진다. 여기에 덧붙여 나는 바다에서 강으로 최소한 요트 같은 작은 배라도 왔다 갔다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낙동강을 중심으로 해양레포츠를 육성하면 낙동강 중심의 ‘새로운 부산’을 건설할 수 있다. 물길이 뚫리면 미국 시애틀처럼 앞마당에 계류장을 만들어 요트를 즐기는 집들이 낙동강 변에 들어설 수도 있지 않겠나.”



-서부산 개발과도 연관이 있을 것 같은데.

“보통 대도시라고 하면 큰 강을 중심으로 발달한다. 그런데 부산은 외부 환경에 영향을 받다 보니 항구와 바닷가를 중심으로 형성됐다. 낙동강이란 좋은 강을 활용하지 못했다. 이제는 낙동강 중심의 부산을 제대로 그려보려 한다. 그래서 낙동강 시대를 열겠다고 얘기했다. 낙동강의 서쪽 편 강서구는 아직 미완의 땅이다. 1000만평의 그린벨트가 거의 해제되고 있다. 그쪽에 외국인투자지역, 에코델타시티도 있는데 그림을 어떻게 그릴지가 중요하다. 또 낙동강 동쪽에 있는 북구와 사상구, 사하구는 난개발이 돼 있다. 사상공업지구는 공단 지정도 안 한 상태에서 공장이 쫙 들어섰다. 그래서 이 지역을 강서 지역과 조화되는 도시로 만들기 위해 용역을 맡겨 놨다. 사상구는 스마트밸리로 지정해 일종의 도시재생을 하려고 한다.”



-취임 이후 직원들의 귀가 닳도록 일자리 창출을 강조하고 있다고 들었다.

“나는 첫째도 일자리, 둘째도 일자리, 셋째도 일자리라고 생각한다. 부산은 지금 일자리가 없어서 사람들이 빠져나간다. 부산에 25개 4년제 대학에서 많은 인재가 배출되는데, 상당수가 서울이나 양산 김해 창원으로 떠난다. 그래서 일자리를 만드는 게 최우선 과제다. 하지만 그게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게 아니다. 나는 우선 기초를 다지려고 한다. 그래서 미래 먹거리를 만드는 연구·개발(R&D) 투자 등에 신경을 많이 쓰고, 기업들의 애로사항과 발목 잡는 규제를 푸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부산시 직원들이 공장 확장의 걸림돌이 되는 그린벨트 등을 해결해 몇몇 회사를 붙잡고 다른 회사들까지 유치한 것은 고무적인 성과물이다. 최근에는 동남아시아나 중국으로 떠났던 신발 업체들이 부산에 유턴해서 뿌리를 내리는 경우도 늘고 있다.”



-그동안 강조해온 창업도시 목표는 성과가 있나.

“창업의 핵심은 빨리 시도하고 실패해도 일어설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있다. 그래서 창업 의욕과 아이디어가 있는 사람들에게 창업공간과 에인절펀드 지원 등 창업 생태계를 탄탄히 구축하고 있다. 부산은 IT 산업 쪽에 강점이 있다. 지난해 10월 국제전기통신연합(ITU) 전권회의를 열었다. 융합의 시대에 핵심적인 기술은 정보통신기술(ICT)이다. 부산의 ICT 환경은 조금 뒤떨어져 있었는데, 롯데 창조경제센터를 기반으로 SK텔레콤, KT 등과 협력관계를 구축해 각종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요즘 부산에 법인이 매월 400개 정도가 만들어지고 사라진다. 그런데 ICT 분야에선 지난 5월쯤부터 법인 설립 숫자가 전년 동월 대비 50∼100%까지 증가하고 있어 상당히 고무적이다.”



-신공항 건설이 선거 때 최우선 공약이었던데, 가덕도에 유치가 가능하겠나.

“신공항은 무조건 가덕도에 해야 한다. 무턱대고 우리 지역 가까이에 만들어 발전의 혜택을 보자는 뜻은 추호도 없다. 아무리 큰 공항을 만들어도 여건이 안 맞으면 무용지물이 된다. 우리는 이제 인천공항 못지않은 거점공항을 만들 때가 됐다. 국제공항 역할을 하려면 첫째 24시간 비행기가 뜨고 내려야 하고, 조종할 때 시야가 트여 안전한 공항이 돼야 한다. 오지에 땅만 넓게 잡아 놓는다고 해서 절대 국제공항이 될 수 없다. 그리고 가덕도 근처에는 신항이 있지 않나. 신항에는 철도가 연결돼 있다. 나중에 시베리아 횡단철도(TSR)의 기착지가 될 수도 있고, 공항까지 있다면 그야말로 트라이포트시스템이 갖춰진다. 또 포항에서 시작해 해안벨트를 타고 울산을 거쳐 창원 광양 여수까지 남해안경제벨트의 중심축이 형성될 수 있다.”



-밀양은 후보지로서 어떤가.

“밀양은 최대 스물 몇 개의 산꼭대기를 허물어야 한다는 게 국토교통부 보고서에 나와 있다. 직접적인 공사비용만 해도 가덕도보다 훨씬 많이 들어간다. 가덕도에는 산이 있는데 제일 끝에 있는 봉우리를 깎아서 바다 쪽으로 밀어버리면 새로운 토지도 생기고 활주로도 만들어진다. 비용이나 안전 측면에서 당연히 가덕도가 우수하다. 김해공항을 국내선용으로 쓸 수 있으니 가덕도에는 활주로 1개면 당분간 충분하다. 다만 미래의 물동량을 감안한 확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



-부산은 홍콩과 비교되기도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나는 부산을 제2의 도시라고 부르는 걸 굉장히 싫어한다. 더 이상 그렇게 부르지 말았으면 좋겠다. 부산은 부산대로 역할이 있고 매력이 있는 도시다. 우린 서울에 있는 산업을 뺏어 와서 육성하는 식으로 서울과 경쟁을 하자는 게 아니다. 부산의 영화나 항만, 해양 등 중심산업을 서울과 보완하면서 윈-윈할 수 있는 방향으로 키우겠다는 것이다. 해양산업에 특화된 금융 중심지를 만드는 플랜도 가동 중이다. 해양·선박·조선과 관련된 금융기관과 법률·회계서비스, M&A, 지식기반 서비스 등이 특화돼 어우러지는 해양수도의 모습을 그려보고 있다. 이제 국내가 아니라 싱가포르나 홍콩, 상하이 등 해외 해양도시와 경쟁하겠다는 의미다.”

서병수 시장은 △1952년 부산 영도 출생 △경남고, 서강대 경제학과, 미국 북일리노이주립대 경제학과 졸업(경제학박사) △해운대구청장 △16, 17, 18, 19대 국회의원(4선·해운대기장갑)△새누리당(한나라당) 정책위의장, 사무총장, 최고위원 △제36대 부산시장

노석철 사회2부장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