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케티(44)가 돌아왔다. 이 프랑스 경제학자는 지난해 ‘21세기 자본’이란 책으로 주류 경제학이 오랫동안 외면해온 부의 불평등 문제를 제기하면서 세계적으로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21세기 자본’은 난해하기로도 유명하다. 이번에 새로 도착한 ‘피케티의 新(신)자본론’은 쉽다. 피케티가 프랑스 일간지에 기고했던 지난 10년치 칼럼을 묶었다.
이강국(45) 교수(일본 리츠메이칸대 경제학부)는 ‘21세기 자본’ 한국어판을 감수했고, 해설자 역할도 했다. 불평등과 빈곤, 분배 등을 주제로 한 연구를 오래 해왔다. 신간 ‘이강국의 경제산책’은 2011년 이후 최근까지 국내 언론에 발표했던 글들을 보완해서 ‘대한민국 99%를 위한 경제학 이야기’로 재구성했다.
나란히 출간된 두 책은 40대의 두 젊은 불평등 연구자들이 쓴 경제 에세이집이라는 점에서 최근 주목받는 ‘불평등 경제학’에 대한 안내서가 될 수 있을 듯 하다. 또 국내에서도 가열되는 복지논쟁이나 증세논쟁, 노동개혁, 연금개혁 등과 관련해 유용하고 국제적인 관점을 제공한다.
‘피케티의 新자본론’은 다양한 주제들을 다룬다. 조세, 금융, 통화 등 경제학적 이슈들은 물론이고 사회보장이나 고용문제, 정당정치, 대학과 언론 문제까지 포괄한다. 피케티가 연구실에 갇혀 있는 엘리트 학자가 아니라 시대의 문제들을 예민하게 관찰하고 열정적으로 대응해온 현실참여적 지식인이라는 걸 알게 한다.
피케티가 가장 중요하게 다루는 주제는 역시 조세개혁이다. 세금재분배를 불평등 문제를 해결할 가장 효과적인 수단으로 간주한다. 현대 자본주의를 ‘세습 자본주의’로 규정하는 그는 상속세율을 올리고 누진과세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 부유한 금리생활자에게 적용되는 세율이 임금노동자에게 적용되는 세율보다 낮은 현실의 부당함을 비판하면서 자산소득에도 과세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책에서는 대학과 언론을 다룬 글도 여러 편 볼 수 있다. 대학과 언론의 자율성은 민주주의를 위해서 절대 포기해선 안 되는 주제들이라고 보는 피케티의 관점을 확인할 수 있다.
‘이강국의 경제산책’은 한국 문제들을 배경으로 한국 독자들을 상대로 쓴 글이라서 좀더 쉽게 읽힌다. 재벌개혁, 비정규직, 세월호, 경제민주화, 창조경제 등 한국경제의 이슈들을 다루면서도 글로벌 금융위기, 그리스 사태, 아베노믹스, 아프리카의 빈곤 등 세계경제의 초점들을 빼놓지 않고 짚는다.
이 교수가 책에서 비중 있게 다루는 주제는 경제학의 혁신이다. 그간 경제학을 지배해왔던 성장 중심의 경제학을 최상위층 1%를 위한 경제학으로 비판하면서 그 주장들의 허구를 폭로한다. 또 이 시대의 최대 문제가 된 부의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한 세계 경제학계의 다양한 논의들을 보여주면서 새로운 경제학, 99%를 위한 경제학, 불평등과 가난의 경제학, 따뜻한 경제학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두 책이 만나는 지점도 여기다.
“1%를 위한 시장 근본주의 경제학이 글로벌 금융위기의 중요한 배경이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분명 99%를 위한 경제학이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
[책과 길] 에세이로 쓴 ‘99%를 위한 경제학’
입력 2015-10-09 02: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