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협 ‘사시 존치 전략’ 회의록 논란… “법대 교수·고시생 관리… 정치권 성향 분석 접촉”

입력 2015-10-08 02:36
대한변호사협회가 ‘사법시험 존치’ 법안을 관철시키기 위해 여야 의원의 성향을 분석해 접촉하고, 법대 교수·고시생 단체의 활동까지 관리한 것으로 드러났다.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이 모인 한국법조인협회는 “변협은 정치 개입, 유착관계 의혹을 해명하라”며 즉각 반발했다. 2017년 사시 폐지를 앞두고 두 쪽으로 갈라진 법조계의 갈등 양상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7일 공개된 변협의 ‘법조인 양성제도 개혁추진특위’ 회의록에는 사시 존치 법안 통과를 위해 여야별로 세운 ‘전략’이 담겨 있다. 특위는 변협 회장 직속기구다. 특위는 야당에 대해 ‘친노 vs 비노 이이제이(以夷制夷)’란 표현을 사용하며 ‘비노(非盧) 중심의 야당 사시 존치 흐름을 형성하는 전략이 주효’라고 정리했다. 여당의 경우 김을동 서청원 김태호 이인제 최고위원 등과의 면담을 추진하고, 이정현 의원에 대해 ‘추가 면담해 VIP(대통령)에게 반드시 (사시 존치 의견을) 전달해 달라는 설득 필요’라고 돼 있다.

또 로스쿨이 없는 대학의 법대 교수들이 주축인 대한법학교수회에 대해선 ‘각 언론에 사시 존치 논조의 글을 적극 게재하고, 법사위 야당 의원들과 접촉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지난 8월 17일 국회 ‘사시 존치 토론회’를 앞두고는 ‘고시생 모임에서 후원 요청(버스 대절, 지방 교통비, 식비 등)’이란 안건이 논의된 것으로 기록됐다. 언론사별로 사시 존치에 대한 ‘우호도’를 측정하고, 로스쿨 측과의 충돌을 통해 언론 이슈화를 계획하기도 했다.

변협 관계자는 “회의록 내용은 사실이지만 고시생 모임의 활동을 (변협이) 지시하거나 교통비·식비 등을 지원한 적은 없다”며 “사시 존치를 이루기 위해 국회의원들을 만나서 설득하는 작업은 당연히 필요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고시생 단체 측도 “독자적 판단에 따라 활동하고 있으며 (시위 일정 등을) 변협에 알리고 있지도 않다”고 말했다.

서울 지역의 한 변호사는 “최근 4∼5년간 사시 존치를 놓고 벌어진 변호사업계의 내분과 정치싸움은 심각한 수준”이라고 꼬집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