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희망펀드’ 어떻게 쓰나… ‘청년희망 아카데미’ 설립 맞춤형 일자리 지원

입력 2015-10-08 02:55
황교안 국무총리가 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청년희망펀드 지원사업과 관련해 기자간담회를 갖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은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 연합뉴스
‘기대 반 우려 반’ 속에 출범한 청년희망펀드가 ‘취업 재교육’을 주요사업으로 확정하고 재단 설립 절차에 착수했다. 기존 청년 일자리 정책에서 소홀히 취급돼온 취업 사각지대를 중심으로 지원하겠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다만 민간 펀드라는 성격과 달리 사실상 정부 정책에 예편되는 상황에 놓여 지속 가능성에 의문이 남는다. 또 기부액에 따라 사업 분야가 확정되는 펀드 운용 특성상 세부 계획도 불투명해 정착하기까진 당분간 진통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황교안 국무총리는 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청년희망펀드를 운영하는 청년희망재단 아래 ‘청년희망 아카데미’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아카데미는 기업의 고용수요를 반영한 장기 맞춤형 교육을 통해 궁극적으로 취업을 알선하고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구상으로 출범했다.

기부금을 받아 운영하는 재단 특성상 대규모 교육은 어렵다고 보고 취업 사각지대에 대한 지원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예를 들어 기존 정부의 청년 일자리 정책이 실업자와 졸업 예정자, 이공계 중심인 데 반해 아카데미는 인문계와 예체능계, 재학생을 중심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나아가 한국사능력검정시험에 합격한 인문계 학생들을 프리미엄 관광가이드로 육성하거나 국문과 등 ‘스토리텔링’ 능력이 있는 학생들을 게임 등 정보통신(IT) 업계로 진출시키는 등의 융복합 취업 교육을 목표로 삼았다.

각종 정부 정책과의 연계도 이뤄진다. 문화콘텐츠 산업 진출 희망자는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추진하는 문화창조융합벨트 연계 교육 프로그램을 받을 수 있다. 기존 국가직무능력표준(NCS) 직업훈련을 받은 청년들을 전문 인력 채용과 연계하기 위해 ‘인재뱅크’ 사업도 추진 중이다. 해외 취업 수요를 파악해 맞춤형 교육을 하는 ‘청년해외진출(청해진) 프로젝트’도 시행된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정부 정책은 일률적이고 경직될 수밖에 없지만 재단에서는 다양한 청년의 상황을 고려해 유연한 취업전략을 짤 수 있다”며 “기존 정부의 여러 플랫폼을 최대한 활용해 소중한 국민 기부금을 효과적으로 쓰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관심을 모았던 사회지도층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펀드는 특출한 사업을 벌이기보다는 기존 정부 정책을 활용하는 쪽으로 일단 방향을 정했다. 공직 사회가 주도해 여러 정부 정책 틀을 빌리다 보니 결국 ‘관(官)’ 주도라는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게 됐다. 다음 정부 들어 폐기되거나 정책 변화에 따른 사업 차질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해 ‘시한부’ 꼬리표도 떼기는 어려워 보인다. 유연한 정책 적용을 위해서 굳이 기부금을 모집해 재단까지 설립해야 하는지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기존 부서와 정책 혼선만 초래할 여지가 많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시도가 ‘노블레스 오블리주’라기보다는 결국 공직사회 주도의 변형된 정부 정책이라고 본다. 일시적이고 소규모인 사업이 많다 보니 취업 준비생들에게는 큰 실효성 없이 ‘옥상옥’으로만 작용할 여지도 있다.

윤인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청년실업 문제는 국민 기부금이 아니라 정부 정책과 예산으로 풀어야 지속적인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며 “지금은 마치 과거 학생들이 수재의연금 걷던 게 생각난다. 문제의 원인을 진단하는 단계에서부터 방향이 잘못 잡혀 있다”고 말했다.

강준구 조성은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