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기후변화 문제에 각국이 공동 대응하기 위해 설립된 유엔 산하 국제기구의 수장에 한국인이 처음 선출됐다. 우리나라가 기후변화 문제에서 목소리를 높일 수 있게 됐다.
이회성(69·사진) 고려대 교수가 7일 새벽 크로아티아 두브로브니크에서 열린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의장 선거에서 제6대 의장으로 뽑혔다.
이 교수는 이회창 전 한나라당 대표의 동생이다.
미국 벨기에 스위스 오스트리아 시에라리온 등 6개국 후보가 출마해 1차 투표에서 한국(45표) 벨기에(32표) 스위스(30표) 미국(19표)이 상위권을 기록했다. 2차 결선투표에서 이 교수는 78표를 얻어 벨기에 후보(56표)를 제치고 라젠드라 파차우리 현 의장의 뒤를 잇게 됐다.
이 교수는 에너지경제연구원 초대 원장 등을 역임한 경제·기후변화 전문가다. 20년 넘게 IPCC 실무그룹 공동의장, 부의장 등으로 일하며 호평을 받았다. 경기고, 서울대를 졸업하고 미 럿거스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2012년부터 고려대 에너지환경정책기술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이다.
IPCC는 1998년 세계기상기구(WMO)와 유엔환경계획(UNEP)이 기후변화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설립한 국제기구다. 195개 회원국이 참여하고 있다. 의장단, 사무국, 집행위원회로 구성되고 집행위에는 3개 실무그룹과 1개 태스크포스가 있다. 의장단은 임기가 5년 안팎인 의장 한 명을 포함해 34명이다.
IPCC는 기후변화에 대한 과학적 근거와 정책 방향을 제시하는 세계적 권위의 평가보고서를 펴낸다.
지난해 발간된 제5차 보고서는 각국 정부의 ‘신(新) 기후체제’(Post-2020) 협상 자료로 활용됐다.
1, 2차 보고서는 각각 유엔 기후변화협약 체결과 교토의정서 채택에 쓰였다. IPCC는 존 번 미국 델라웨어대 교수 등 분과위원회 전문가들이 지구온난화의 위험성을 경고한 공로로 2007년 앨 고어 전 미 부통령과 노벨 평화상을 공동 수상하기도 했다.
정부는 기상청 환경부 외교부 등 관계부처로 구성된 추진단과 김명자 전 환경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민간 자문위원회를 꾸려 이 교수를 지원했다. 투표를 앞두고 정홍상 기상청 차장을 수석대표로 한 대표단이 크로아티아 현지에서 모든 참가국 관계자들을 접촉하며 총력전을 펼쳤다.
정부 관계자는 “이 교수가 의장으로 선출된 것을 계기로 신 기후체제에서 우리나라의 영향력을 강화하고, 국내 기후변화 정책을 추진하는 데 새로운 동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전수민 기자 suminism@kmib.co.kr
이회성 고려대 교수, ‘기후변화 국제기구’ 의장 당선 “신 기후체제서 한국 영향력 강화 기대”
입력 2015-10-08 02: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