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거듭되는 맹탕·정쟁 국감, 이대로는 안 된다

입력 2015-10-08 00:28
19대 국회의 마지막 국정감사가 8일 끝난다. 아무리 총선을 앞뒀다고 하지만 이렇게 성과 없이 맹탕 국감, 정쟁 국감으로 일관했다는 것은 지금 우리 정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를 알게 해준다.

여야는 친박과 비박, 친노와 비노로 갈려 행정부 견제라는 국회의 가장 중요한 업무를 사실상 내팽개치다시피 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각각 공천 방식 갈등과 재신임 돌파에 결과적으로 당력을 집중케 함으로써 최악의 국감을 만들어냈다. 국민공천제니, 안심번호니 듣기에도 생소한 공천 싸움과 혁신안·재신임을 둘러싸고 벌인 당내 갈등은 누가 봐도 자기들끼리의 밥그릇 싸움이었다. 그 결과 정책 감사는 온데간데 없어지고 국감 내내 당내 권력투쟁만 난무했다.

그렇게 온 나라를 들썩였던 메르스 사태가 있었음에도 보건복지위는 원인 분석과 향후 대책에 대해 질문다운 질문 한 번 하지 못하고 끝났다. 교육위는 첨예하게 맞서는 국정교과서 문제를 제대로 다루지 않았다. 국방위는 차세대 전투기 사업인 F-X 협상과 KF-X 사업에 대해 문제점만 부각시켰지 더 이상 진전시키지 못했다. 대신 여야는 국회 밖에서 총선을 겨냥한 철 지난 이념 싸움만 했다.

이번 국감의 피감기관은 779곳으로 역대 최다였다. 역시 앉았다 그냥 돌아가거나, 몇 시간 기다렸다 “네” “아닙니다” 한 마디만 답변하고 돌아간 증인들이 허다하다. 이런 행태 때문에 공무원들이나 관련 증인들이 등 뒤에서 자신들을 얼마나 한심하게 보는지 의원들은 알아야 한다. 잘못된 정치 시스템, 정치 과잉, 과도한 정치권력 탓에 면전에서나 예의를 갖출 따름이다.

판에 박은 듯한 답변과 자료제출 부실 등 정부가 보여주는 무성의도 여전했다. 대부분의 공무원들이 이제는 국감을 해도 그리 긴장하지 않는다고 한다. 송곳처럼 파헤칠 능력 있는 의원이 거의 없는 데다 언론에 한 번 크게 나기만 하면 더 이상 물고 늘어지는 경우가 별로 없기 때문이란다. 자신의 홍보용, 인지도 높이기용 국감인 셈이다.

국회는 의원들의 단발성 이벤트로 흐르는 지금의 국감 시스템을 계속 가져갈지 이제는 고민해봐야 한다. 상시 국감, 상시 청문회 제도나 상임위 활동 강화 등 개선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의원들의 국감 활동에 대한 중립적이고 체계적인 분석과 평가도 매우 필요하다. 그 결과가 자세히 공개돼 지역구 유권자들로 하여금 누가 막말·저질 발언을 하는지, 누가 근거 없는 의혹을 부풀리는지, 누가 정부 대변인 노릇을 하는지 알게 해야 한다. 수준 낮은 의원을 가려내는 데 국감 활동 결과가 활용되게끔 하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 국회가 바뀌어야 나라가 새로워질 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