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장애인 이재진(23)씨의 집은 중증장애인거주시설인 경기도 시흥시 군자동 ‘희망나누기 비젼하우스’다. 이씨는 2008년 이곳에 들어와 7년째 생활하고 있다. 1999년 시흥시 목감동 희망선교원 앞에 버려져 그곳에서 지냈으나 선교원이 재정난으로 문을 닫으면서 비젼하우스로 옮겨왔다.
이씨는 선천성 1급 지적장애인이다. 나이로는 성인이지만 정신연령은 두세 살에 멈춰 있다.
얼마 전까지는 오른쪽 손목이 구부러진 증상으로 고생을 했다. 어릴 때부터 이런 증상이 있었으나 치료비가 없어 방치됐다. 일어서거나 앉을 때 손등과 팔꿈치, 무릎에 의지하다 보니 굳은살과 티눈이 생겨 고통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다른 사람 도움 없이는 옷을 입고 벗기가 힘들어 최근 2차례 수술 끝에 손목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수술비 마련에 애를 태웠지만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지원으로 무사히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이씨는 가족들이 있지만 사실상 ‘외톨이’다. 희망선교원에 있을 때만 해도 할아버지와 할머니, 여동생이 1년에 두세 번은 찾아왔으나 2007년부터 발길이 뚝 끊겼다. 비젼하우스로 옮겨 온 이후 한 번도 찾아오지 않았다.
수술할 때 보호자 동의가 필요해 비젼하우스 직원이 어렵게 연락처를 찾아 할머니와 통화했지만 “나한테는 이미 없는 손자다. 최악의 상황이 오더라도 절대 연락하지 말라”는 답변만 들었다. 경찰서에 의뢰해 부모를 찾았지만 보호자이기를 거부해 결국 병원에 사정을 호소하고 가까스로 수술을 받았다.
이씨는 요즘 재활에 여념이 없다. 혼자 밥을 먹고 옷을 입을 수 있는 수준, 단체로 이동할 때 주변 도움 없이 따라갈 수 있는 단계에 도달하는 것이 최고 목표다.
지난 3일 비젼하우스에서 만난 이씨는 부모 손을 잡고 외출하는 다른 장애인들을 부러운 듯 지켜보고 있었다.
김영미 간호사는 “이곳에 40여명의 지적장애인이 생활하고 있는데 주말이나 공휴일에 부모들이 찾아온다”며 “이씨가 부러운지 그런 모습을 물끄러미 쳐다보는 걸 보면 마음이 아리다”고 말했다. 시흥=강희청 기자 hckang@kmib.co.kr
[나눔으로 여는 행복] 7년째 중증시설 거주… 부모는 ‘보호자’ 거부
입력 2015-10-08 02:41 수정 2015-10-08 1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