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는 공영방송인 MBC의 대주주이자 관리감독기구이다. 방송문화 발전을 위한 사업도 담당하고 있다. 조직의 성격상 당연히 공정성과 신뢰성 확보가 생명이다. 그런데 방문진을 이끄는 고영주 이사장이 극단적으로 편향된 이념의 소유자여서 국민을 어리둥절하게 한다. 그의 언행을 종합해보면 공정성을 요하는 기관을 맡을 자격이 없다.
고 이사장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에 대해 “공산주의자라 확신한다”고 말하는가 하면,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변형된 공산주의자”라고 규정했다. 두 사람은 각각 2012년과 2002년 대선에서 국민 절반가량의 지지를 받았다. 그렇다면 국민 절반이 공산주의자를 대통령으로 뽑았거나, 뽑으려 했단 말인가. 그렇게 주장하는 근거가 너무 천박해서 지면에 옮기기가 민망할 정도다. 두 사람이 공산주의자라면 2002년 방북해 김정일과 한 시간 동안 면담한 박근혜 대통령도 공산주의자에 속한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사법부와 검찰에 김일성 장학생이 있다”고까지 주장하는 걸 보면 자신만의 사고틀 속에 완전히 갇혀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그가 이런 종류의 발언을 오래전부터 해 왔음에도 어떻게 지난 8월 방문진 이사장에 임명될 수 있었느냐 하는 점이다. 이사장은 형식상 방송통신위원장이 임명하지만 대통령의 낙점이 결정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 대표와 노 전 대통령을 공산주의자라고 생각하는 사람임을 알고도 박 대통령이 공영방송 감독기구 수장에 앉힌 게 사실이라면 여간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야당을 국정의 파트너로 인정한다면 도저히 할 수 없는 인사다.
이런 점에서 새정치연합이 그를 ‘정신병자’로 규정하며 해임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하고, 박 대통령에게 사과를 촉구하는 것도 일면 이해가 된다. 고 이사장은 실언(失言)을 한 것이 아니라 일종의 ‘확신범’이다. 그럴 가능성도 극히 희박하지만 반성한다거나 생각을 고쳐먹는다고 개선될 사람이 아니다. 고 이사장 체제가 지속될 경우 방문진이 사상 최악의 친여 기구란 비판과 함께 폐지 여론에 직면할 게 뻔하다. 방송문화 발전과 방송의 공정성 확보를 위해서는 고 이사장을 즉각 해임해야 한다.
[사설] 공산주의자 타령만 하는 고 이사장 해임이 마땅
입력 2015-10-08 0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