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난에 집 산다? 차라리 월세 살래…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 9월 들어 최다 행진 스톱

입력 2015-10-08 02:27

전세난에 떠밀려 집을 사던 부동산 시장의 흐름이 지난달 들어 주춤한 분위기다. 고공행진을 이어가던 아파트 매매 거래량이 한풀 꺾였다. 반면 전체 임대차 거래 중 월세 비중은 늘어 집을 사기보다는 차라리 월세에 살겠다는 수요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7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 집계 결과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9126건에 그쳤다. 여름 비수기였던 지난 8월의 1만529건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앞서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전세 세입자들의 매매전환으로 올해 들어 8월까지 8개월 연속으로 월별 최대 거래량 기록을 경신했지만 9월 들어 그 추세가 멈췄다.

월세를 선택하는 세입자의 비중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9월 서울 아파트의 월세 거래량은 4160건으로 전체 전월세 거래량 1만1459건의 36.3%를 차지했다. 월세 비중이 36%대에 진입한 것은 서울시가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1년 이후 처음이다. 지난 1월 27.8%에 불과했던 임대차 거래 중 월세 비중이 매달 증가해 8달 만에 8.5% 포인트나 상승한 셈이다.

월세가 전세 거래량을 넘보는 지역도 많았다. 종로구는 9월 월세 비중이 무려 49.4%를 기록했고, 중구 43.4%, 성동구 43.1% 등이었다. 동대문구, 강남구, 관악구, 영등포구 등도 월세 비중이 40%를 넘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들은 향후 월세에 살겠다는 세입자가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종로의 한 부동산 공인중개소 대표는 “올해 상반기에는 전세를 찾는 문의에 대해 저희가 매매나 월세 물건을 권해야 했다”며 “하지만 하반기부터는 먼저 월세를 찾는 세입자들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종로의 경우 확정일자 미신고분까지 감안하면 월세가 전세 거래량을 넘어섰다고 보면 된다”고 귀띔했다. 정부의 저금리 정책으로 집주인들이 월세를 선호하면서 전세 매물이 씨가 마른 상황이다. 세입자들 입장에서는 올해 ‘분양광풍’ 이후 입주가 집중되는 2∼3년 뒤 더 유리한 조건으로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는 관측이다.

다만 매매 거래량이 지속적으로 하락세에 접어들지에 대해 관계자들은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한 분양대행사 관계자는 “기존 아파트 매매 거래량이 이미 고점을 찍었다고 보는 견해가 많다”며 “건설사들의 밀어내기식 분양 이후 미분양 단지들이 늘면서 공급 과잉에 대한 부담감이 구매심리를 위축시킨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대체적으로는 올해 추이를 더 두고 봐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강동구 M공인중개소 관계자는 “내년부터 가계부채 대책으로 대출규제가 강화될 예정이어서 10∼11월에 미리 집을 사려는 선매수 움직임이 활발해질 것”이라며 “추석까지 끼어 있던 9월 통계만 보고 전체 거래량 추세를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봤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