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재외국민 안전 확보가 재외공관 본연의 업무

입력 2015-10-08 00:28
필리핀에서 한국인 피살 사건이 잇따르자 정부가 8일 긴급 대책회의를 갖는다. 외교부, 법무부, 경찰청 등 정부부처는 물론 필리핀의 한인사건 전담반 경찰, 한인회 대표 등도 참석한다. 2013년 12명, 2014년 10명에 이어 올 들어서만 9명이 살해되는 등 필리핀에서 한국인이 많이 희생됨에 따라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대응을 모색하는 자리다. 특히 지난달 23∼25일 외교부 담당 국장이 직접 방문해 필리핀 정부에 한국인 안전 대책을 요청한 지 불과 1주일 만에 또 교민 부부가 총격으로 사망할 정도로 취약한 현지 치안을 더 이상 지켜볼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지난 3년간 발생한 재외국민 피살 사건의 40%가 필리핀에서 일어났을 만큼 현지 교민과 관광객의 안전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는 게 현실이다. 특히 총기 불법 거래가 일상적이고 불과 200만∼300만원이면 살인 청부가 가능한 데다 한국 폭력조직까지 얽혀 있어 해법이 잘 보이지 않는다. 그동안 우리 정부가 나름대로 예방 조치를 했으나 사건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필리핀 경찰의 수사 능력과 의지가 부족해 범인 검거율이 낮은 것도 범죄 억제의 걸림돌이었다.

어려움이 많다는 것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최선을 다해 피해를 줄이는 것 외에 달리 방법이 없다. 정부가 우리 국민 보호 현지 인력을 증원하고 한인 밀집 지역에 CCTV를 추가 설치하는 등의 대책을 모색하고 있으나 이 정도로는 안 된다. 무엇보다 필리핀 경찰과의 적극적인 협조가 우선돼야 한다. 이들이 한국인 보호에 깊은 관심을 갖도록 국내 초청 연수를 실시하는 등 협력사업을 확대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다. 방문객이나 은퇴 이민자 등에 대해서는 현지 상황을 제대로 알리고 필요하다면 여행경보를 높이는 방안도 고려해야겠다. 외교 당국은 국익을 위한 외교전 못지않게 재외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것이 재외공관 본연의 업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