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열며-남호철] 여행, 두 마리의 토끼

입력 2015-10-08 00:20

여행을 빠르고 쉽게 가려면 여행사의 도움을 받는 것이 상책이다. 전문적 지식과 방대한 정보, 각 지역과 연계된 네트워크 등에서 개인은 부족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도움을 받더라도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된다. 패키지여행과 자유여행이다.

항공편과 호텔, 식사, 현지 관광, 현지 이동 차량 등 여행에 필요한 모든 것을 한꺼번에 묶어(Package) 제공하는 것이 패키지여행이다. 신문 광고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방콕 파타야 59만9000원, 가이드 팁 포함 풀 옵션’과 같은 상품들이 그것이다. 가이드가 공항에서부터(때로는 현지 공항에서부터) 여행자들을 안내하고 전체 일정을 따라다니면서 호텔 체크인과 식당 예약, 관광지 안내, 현지 전세버스 기사와의 소통 등을 책임지기 때문에 여행자 입장에서는 별다른 준비 없이도 해외여행을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물론 단점도 없을 수 없다. 가이드와 현지 차량 등을 미리 준비하고 빌려야 하기 때문에 일정 인원(최소 출발 인원, 보통 15∼20명)이 안 되면 여행이 성사되지 않고, 정해진 일정에 따라 다른 사람들과 함께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여행의 자유도가 떨어지고 불필요한 일정도 덕지덕지 붙는다. 이에 따른 불편이 뒤따르고 불만이 표출되는가 하면 심할 경우 무지막지한 일을 당할 수도 있다.

실제 최근 한 여행사의 패키지여행에서 얼토당토않은 ‘막장’이나 다름없는 사태가 보도됐다. 고압적이고 무책임한 가이드에 부실한 일정, 심리적 부담을 느끼는 구매 압박, 여행사의 불성실한 민원 처리 실태 등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 저가 패키지를 내놓고 쇼핑·옵션을 많이 붙이는 건 업계 관행으로 알려진 지 이미 오래다. 이 때문에 여행자들은 웬만한 일을 당해도 불리한 상황에 부닥칠까 봐 참고 넘기는 경우가 다반사다. 싼 맛에 갔다가 즐거워야 할 여행에서 기분 상하는 것은 물론 심할 경우 지옥 같은 경험을 하는 셈이다.

이와 달리 자유여행은 여행자의 의견이 대폭 반영된다. 여행사는 항공권과 호텔 예약만 대행하고 여행계획 수립에서부터 공항 수속, 현지 도착과 호텔 찾아가기, 귀국까지 여행자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모든 일정을 여행자 마음대로 바꿀 수 있기 때문에 억지 쇼핑 등이 없어 여행이 무척 자유롭다. 대신 현지에 대한 정보와 현지 소통 능력이 필요하다.

패키지여행과 자유여행은 그 나름의 장단점이 있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여행 상품도 인기를 얻는 추세다. 가이드가 따라다니지만 현지 일정 중 하루나 이틀을 완전 자유시간으로 줘 여행의 자유도를 높이는 형식인데 일반적인 패키지여행보다는 조금 비싸다.

편하게 쉬러 가는 것이 여행이다. 일상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가운데 새로운 세계를 찾아 힐링하는 것이다. 그 과정이 복잡하고 어려워서 오히려 준비 과정에서 그 기분을 망쳐버리는 것도, 쉽게 갔다가 봉변을 당하는 것도 여행자 입장에서는 피하고 싶을 게 뻔하다.

패키지여행도 사실 그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제대로만 행해진다면 시간에 쫓겨 준비하기 힘든 현대인에게 많은 도움을 주는 여행이다. 어느 쪽을 선택하느냐는 여행자에게 달렸지만 여행사도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 일부 여행사의 ‘나 몰라라’ 식 행태는 어느 쪽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누구나 가는 뻔한 여행이 아니라 비싼 비용을 내가면서 여행자가 찾아드는 여행상품 개발도 필요하다.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