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길] “실패해도 괜찮다 젊으니까 또 기회가 있다 이런 사인 청년들에게 준 적 있나”

입력 2015-10-09 02:07
7일 오전 10시 서울 여의도에서 인터뷰에 응한 조성주씨는 아침에 두 개의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오는 길이라고 말했다. 전국 곳곳에서 강연 요청도 온다고 한다. 새 책도 나왔다. 그는 “내가 왜 정치를 결심하게 됐는지 설명하는 책, 내 마음을 가장 솔직하게 보여주는 책”이라고 설명했다.김태형 선임기자
요즘 뜨는 젊은 정치인 조성주(37)씨가 신간을 들고 왔다. 청년세대의 힘든 생활과 내면을 기록한 '청춘일기'(꽃핀자리)다. '진보정치 2세대 조성주의 청춘르포'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그를 7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빌딩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글이 경쾌하다. 문학적인 표현도 많고, 유머도 있다.

“(웃음) 정의당 대표 출마선언문으로 이름이 알려지다 보니 정치적인 글만 쓰는 걸로 아시지만 나는 원래 이런 스타일의 글을 쓰는 사람이다. 만연체이면서 다소 감성적인 편이다.”

-청년들의 에피소드 스무 편이 실렸는데 하나하나가 짧은 청춘소설처럼 보인다.

“청년유니온 정책기획팀장으로 일하면서 만났던 청년들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썼다. 2011년부터 14년까지 3년간 ‘삶이 보이는 창’이라는 잡지에 연재했던 글이다. 대중매체에 글을 발표한 건 이 때가 처음이었다.”

-내용은 굉장히 우울하다.

“나도 의외였다. 겉으로는 밝고 활달해 보이는데 속에 있는 얘기를 꺼내 보면 대부분 어두웠다. 평생 이렇게 살 수 있을까? 저축도 없고, 비정규직을 전전하면서? 다들 불안에 시달리고 있었다. 청년들의 내면에 있는 불안을 겉으로 드러내 보이고 싶었다.”

-불안이 지금 청년들의 상태를 설명하는 키워드인가?

“불안이 청년문제의 본질이라고 생각한다. 예전 청년들에게는 근거 없는 낙관이 있었다. 막 살아도 ‘뭐든 되겠지’ 그런 게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요즘 청년들에게는 그런 낙관주의가 보이지 않는다. 여기서 한 발만 벗어나면 정말 노숙자가 될 수도 있겠구나, 다시 고시원으로 밀려나면 어쩌지, 나중에 폐지 줍는 노인이 되지 않을까, 그런 두려움을 갖고 있다.”

-그들의 불안이나 두려움이 혹시 과장된 건 아닌가?

“과도한 측면도 있다고 본다. 기성세대는 그들이 나약하다고 말한다. 100% 틀린 얘기는 아니다. 그렇지만 우리사회가 젊은이들을 그렇게 성장시켰구나, 그런 생각도 하게 된다. 1등만 살아남는 세상? 그러면 1등이 아닌 나머지는 패배자, 성공하지 못한 사람이 된다. 이 사회가 청년들에게 공포나 불안을 주입했다고 할 수 있다. 실패해도 괜찮다, 젊으니까 또 기회가 있다, 그런 사인을 청년들에게 준 적이 한 번도 없다.”

-책에 각종 알바생과 비정규직, 소규모 자영업자 등이 등장한다. 출마선언문에 나오는 ‘광장 밖의 사람들’ ‘민주주의 바깥의 시민들’이 이들인가?

“맞다. 이 책에 나오는 친구들을 떠올리며 연설문을 작성했다. 이 존재들을 어떻게 불러야 할까? 나는 ‘비정규직’이란 단어로 표현할 수 없다고 봤다. 이 친구들의 문제를, 이들의 느끼는 불안을 어떻게 불러야 할까? 그래서 ‘광장 밖의 사람들’이란 말을 생각해냈다.”

-출마선언문은 주목을 받았고 하루아침에 유명인사가 됐다.

“(출마선언문이) 1987년 이후 한국사회를 새롭게 정의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다들 ‘민주주의의 후퇴’라고 말하는데 여기에 담겨지지 않은 것, 거기에서 빠진 존재들을 얘기했다. 민주주의가 후퇴하는 게 아니라 좁아지는 것이라고 봤다. 민주주의가 좁아질 때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가를 말하려고 했다. 약한 존재들이 민주주의 밖으로, 광장 밖으로 쫓겨난다는 것이다.”

-그 사람들을 광장 안으로 들어오게 하는 게 목표인가?

“그렇다. 광장을 열고 넓히는 게 정치라고 생각한다. 광장 바깥의 존재들이 광장 안에 들어와서 자기들의 목소리를 내고 정치에 반영하고 우리 사회의 중요한 목소리가 되도록 하는 게 내가 생각하는 정치, 한국에서 필요한 정치라고 본다.”

-지난 8월 정의당 미래정치센터 소장에 임명됐는데 어떤 청년 정책들을 준비하고 있나?

“가장 시급한 건 고용보험 개혁을 통해 실업안전망을 만드는 것이다. 요즘 청년들은 직장을 다녀보지 못한 경우가 많다. 그런데 실업급여는 직장을 다니다 해고된 사람들만 받을 수 있다. 직장에 들어가 보지도 못한 이들은 아예 대상이 안 된다. 자발적으로 그만 둔 경우도 배제된다. 이들이 바로 광장 밖의 청년들이다. 실업급여를 개혁해 광장을 넓혀야 한다. 청년들이 일자리 찾기가 어렵다는 현실을 인정하고 구직활동을 하고 있다면 실업급여를 다 줘야 한다. 외국에서는 대부분 그렇게 한다.”

-당신에게 이 책은 뭔가?

“이 글을 연재하면서 정치를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이 글에서 출마선언문이 나왔다. ‘조성주 정치’의 기본 원료가 되는 책이다.”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