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톡 감청 재개한다는데… 안전장치 했다지만 내 카톡 안전할까

입력 2015-10-07 03:17

카카오가 수사기관의 감청(통신제한조치)에 협조해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제공키로 방침을 바꾼 건 지난해 10월 7일 이후 정확히 1년 만이다. 검찰과 카카오는 1년간 중범죄 수사와 사생활 보호라는 두 가치 사이의 균형점을 고민해 왔다. 통신제한조치 재개 결정은 카카오 역시 간첩·살인범 등 중범죄자 수사 협조의 필요성을 중요하게 판단한 결과로 보인다. 다만 카카오는 사생활 침해 우려를 불식할 안전장치도 마련했다는 입장이다.

◇익명·암호 ‘안전장치’=카카오는 6일 1주일 단위로 검찰에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제공하는 감청영장 협조 재개 방침을 밝히면서 “과거와 같은 방식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가장 큰 차이점은 제공할 대화 내용 가운데 수사 용의자가 아닌 단체 대화방(일명 단톡방) 참여자의 대화명과 전화번호가 익명(블라인드) 처리된다는 데 있다. 과거에는 용의자를 포함한 모든 대화 참여자의 정보가 노출됐었다.

지난해 6월 정진우(46) 전 노동당 부대표의 수사 과정이 대표적이다. 혐의자는 정 전 부대표 1명이었는데, 그의 단톡방 대화상대 등 총 2368명의 대화명·전화번호 등이 다음카카오(현 카카오)로부터 검찰에 제공됐다. 영장 여부와 별개로 사찰 논란이 일었다.

익명 처리에도 사생활 침해 우려가 가시지 않는다면 비밀채팅 기능을 활용할 수 있다고 카카오는 안내했다. 비밀채팅은 발신자의 휴대전화 자체에서 대화 내용이 암호화되고, 그 상태로 서버를 거쳐 상대방 휴대전화에 도달해서야 암호가 풀리는 방식이다. 중간 서버에는 대화내용이 ‘abc123@!#%’처럼 알아보지 못할 형태로만 남으며, 암호를 푸는 비밀 키는 개인 휴대전화에만 저장된다. 카카오는 지난해 12월 처음으로 일대일 채팅방에서 이 기능을 선보였다. 지난 3월부터는 50명 단위 단톡방에까지 확대 적용한 상태다.

◇‘사찰 불안’ 논란은…=카카오는 익명화·암호화 안전장치에 대해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조치”라고 내세웠지만, ‘국민 메신저’의 입장 변화에 국민적 불안감은 어쩔 수 없이 높아질 전망이다. 이날 대검찰청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새누리당 김재경 의원도 “국민 모두 불법 도·감청 노이로제가 있어 민감하다”며 “감청 문제가 굉장히 엄격해야 한다는 데는 이론이 없다”고 말했다.

익명 처리된 단톡방의 다른 참여자들에 대해 수사기관이 추가 정보 제공을 요청할 수 있다는 점도 불안 요소로 꼽힌다. 물론 대화 내용상 범죄 혐의가 강하게 의심되는 경우에 한하고, 이때 검사장 등 기관장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고 알려졌다. 카카오는 검찰과 오래도록 사생활 보호 필요성을 논의한 만큼 무분별한 정보 제공 요청이 없을 것으로 기대한다는 입장이다. 검찰도 “감청과 압수수색 과정에서 사생활을 불가피하게 인지하는 상황이 생기면 직업적 양심으로 무시한다”고 밝혔었다.

지난해 하반기 20건을 마지막으로 검찰은 카카오에 단 한 건도 감청을 요청하지 않았다. 검찰은 지난 1년간 카카오의 감청영장 협조 거부가 묘한 ‘중간지대’에 있다며 법률적으로 허용된 제도를 수사에 활용하지 못하는 상황을 당혹스러워했다. 카카오의 행태를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이라고 지적할 순 있지만 따로 제재 규정이 없고, 공무집행방해 혐의를 적용하기도 어렵다는 얘기였다. 검찰은 더 큰 공익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최소한도의 감청이 허용돼야 한다는 주장을 계속했고, 카카오와 1년간 협의한 끝에 이를 관철시켰다.

이경원 정현수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