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 지방고용센터 ‘취업성공패키지’ 상담사 이모(40·여)씨는 구직자에게 일자리를 소개해주는 일을 한다. 취업이나 실업에 관한 질문과 민원을 해결하는 것도 그의 업무다. 취업성공패키지는 정부가 벌이는 취업지원 사업이다.
그런데 최근까지 이씨는 자기 일자리부터 걱정해야 할 판이었다. 지난해 1월 기간제 계약직에서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됐지만 2년이 다 되도록 근로계약서를 받지 못했다. 무기계약직 전환 때 작성한 근로계약서가 대체 누구 서랍에 들어가 나오지 않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한참을 애태우던 이씨는 이달 5일에야 근로계약서를 받았다. 21개월 전 작성한 이 계약서는 그 사이 ‘점’ 하나 새로 찍힌 게 없었다.
근로기준법 17조 2항은 사용자가 임금 항목과 계산·지급방법 등이 명시된 서류, 즉 근로계약서를 근로자에게 내어 주도록 하고 있다. 위반하면 500만원 이하 벌금을 내야 한다. 이 법은 교부기한을 정하지 않았다는 허점을 안고 있다. 다만 입사 후 30일 안에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60일 안에 내어 주는 게 관행이다.
근로기준법 준수를 감시·감독하는 고용부의 산하기관에서 버젓이 법규 위반이 벌어지고 있다. 이씨는 늦게라도 근로계약서를 손에 쥐었으니 다행인 경우다. 고용센터에는 여전히 근로계약서를 받지 못한 취업 상담원이 부지기수다. 일부 센터는 근로계약서를 아예 작성하지 않았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새정치민주연합 장하나 의원이 공공비정규직노동조합 고용노동부지부로부터 받은 자료는 이런 실태를 여실히 보여준다. 구리·고양·평택·화성·성남·강릉 등 6개 지역 고용센터에선 2012년 3월과 2013년 7월 입사한 취업 상담원들이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도 지난달 10일까지 교부받지 못했다. 남양주고용센터에서는 올해 1월 입사자가, 부산동부·마산고용센터에서는 지난해 1월 입사자가 모두 근로계약서를 받지 못했다. 울산·거제고용센터에서는 지난해 1월과 올해 1월에 입사한 상담원 전원이 계약서를 못 받았다.
올 1월 남양주고용센터 입사자, 4월 부산동부·울산·거제·마산고용센터 입사자는 무기계약직 전환 때 근로계약서를 작성조차 하지 않았다. 올해 안양과 천안고용센터에 입사한 취업 상담원도 마찬가지다. 정부 기관이 스스로 법을 어기고 있는 것이다.
취업 상담원은 인력부족 문제도 겪고 있다. 정부는 올해 취업률을 높이겠다며 취업상담패키지 참가자 목표를 30만명에서 36만명으로 늘렸다. 이에 고용부는 취업 상담원도 정원을 179명 늘려 979명으로 확대하겠다면서 추가경정예산 644억원을 지원받았다. 이후 150명을 새로 채용했지만 전국 취업 상담원은 아직 850명으로 129명이 부족하다.
고용부는 근로계약 체결 즉시 계약서를 교부하지 않으면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보고 있다. 고용부 관계자는 6일 “취업 상담원 근로계약서 문제는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홍석호 기자 will@kmib.co.kr
[단독] 노동 주무부처가 노동법 무시… 고용노동부 산하기관들, 근로계약서 교부 안해
입력 2015-10-07 03: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