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시리아 반군을 공습하면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인 터키 영공을 침범했다. 이에 당사국인 터키와 나토가 ‘의도적인 도발’이라며 강력 반발했고, 미국도 러시아에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러시아는 기상 악화에 따른 실수였다고 해명했지만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영공 침범이) 주말 사이 두 차례나 발생해 의도치 않은 사고로 보이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러시아가 지상군의 시리아 파병까지 시사하면서 갈등은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러시아가 지난 3일(현지시간) 시리아 라타키아주 얌디야흐 지역의 반군 점령지를 공습하는 과정에서 전투기 1대가 터키 영공을 5분간 침범했다. 터키군은 즉각 전투기 F-16 2대를 발진시켜 러시아기를 터키 영공 밖으로 몰아냈다.
터키 정부는 터키 주재 러시아 대사를 불러 강력 항의하는 한편 페리둔 시니르리올루 외무장관을 브뤼셀로 보내 나토 지도부와 대응 방안을 협의했다.
아흐메트 다부토울루 터키 총리는 5일 뉴스채널 하베르투르크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영공을 누가 침범하더라도 우리의 교전수칙은 명확하다”며 “터키군은 새 한 마리도 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시니르리올루 터키 외무장관과 회동한 뒤 러시아의 터키 영공 침범을 용인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나토는 이날 성명에서 “나토의 28개 동맹국은 러시아의 터키 영공 침범을 강력하게 항의한다”며 “이런 무책임한 행동의 심각한 위험을 경고하며 침범 중단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나토는 또 러시아에 시리아 반군과 민간인을 겨냥한 공격을 즉각 중단하고 수니파 무장조직인 ‘이슬람국가(IS)’에 초점을 맞춰 시리아 내전의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칠레를 방문 중인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터키가 권리를 행사했다면 (러시아 전투기를) 격추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상황으로 매우 우려했다”고 경고했다.
국제사회의 비난이 쏟아지자 러시아 국방부는 자국 전투기가 기상 악화로 잠시 터키 영공을 침범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데렉 철렛 전 백악관 안보특보는 “러시아군의 터키 영공 침범은 나토의 인내력을 시험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일이 반복되면 의도하지 않은 충돌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러시아는 전투기의 터키 침범이 실수였다는 해명과 달리 시리아 사태에 깊숙이 개입하기 위해 지상군까지 파병할 뜻을 내비쳤다. 이는 공습 위주의 작전을 펼치겠다고 말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약속과 어긋나는 것이다.
블라디미르 코모예도프 러시아 의회 군사위원장은 “우크라이나 전투에 참가한 예비역 사병들이 ‘자발적으로’ 시리아 파견 지상군에 참가하는 것조차 막을 수는 없다”고 밝혔다고 러시아 언론들이 보도했다. 체첸 지도부도 시리아 파병에 동참할 의사를 밝혔다.
러시아의 지상군 파병은 미국을 더욱 난처하게 만들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알아사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며 반군을 지원하는 반면 러시아는 알아사드 정부를 보호하기 위해 반군을 공격하겠다고 천명한 상태다.
시리아 반군 41개 조직은 공동성명을 내고 러시아를 ‘점령군’이라고 비난하고 러시아군을 공격하겠다고 밝혔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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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지상군 파병 시사… 시리아 개입 확대
입력 2015-10-07 0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