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0년 6월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에서 열린 세계선교사대회는 제도와 교리의 차이를 넘어 연합과 일치를 추구한 최초의 장(場)으로 평가받는다. 철저히 선교에 초점을 맞춘 참가자들은 한국 중국 일본 등 극동지역과 이슬람권 선교사들의 보고를 받고 복음의 접촉점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당시 한국을 대표해 참석한 언더우드와 아펜젤러, 마펫 선교사 등은 한국교회가 뜨거운 선교 열정을 기반으로 개신교 유입 25년 만에 성도 수가 20만명으로 성장한 점과 강한 자립선교의 가능성을 보인 점 등을 극찬하며 동아시아 선교전략의 거점으로 한국을 추천했다.
선교대회에서 총아(寵兒)로 관심을 모은 한국교회는 서구교회의 쇠퇴에 대응하듯 이후 급속한 성장을 거듭하며 한국 근대화와 민주화, 민족운동 등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영국 옥스퍼드 선교대학원은 최근 출판프로그램 ‘Regnum Books’를 통해 에든버러선교사대회 100주년 기념 시리즈의 26번째 선교연구서 ‘한국교회, 하나님의 선교, 세계기독교’(사진)를 출간했다.
6일에는 이를 기념해 서울 강남구 광림교회에서 ‘에든버러 선교사대회 이후 한국기독교’를 주제로 학술대회를 열었다. 연구서의 저자로 참여한 국내외 신학자들이 발표자로 나서 한국교회의 공과를 분석하고 과제를 제시했다.
‘한국 선교사 운동에서의 여성의 역할’에 대해 발표한 박보경 장신대 교수는 한국의 대표적인 여성선교사로 김순호(1902∼1951) 선교사를 소개했다. 박 교수는 “1931년 한국 장로교 최초의 여성선교사로 중국 산둥성에 파송된 김 선교사는 중국여성들을 위한 성경공부모임 및 사경회와 부흥회 등을 인도하고 교회설립에 앞장섰으며 만주 여성들에게도 성경을 가르쳤다”며 “특히 마을에 장막을 치고 거리를 돌아다니며 나팔을 불고 찬양으로 사람들을 불러 모은 뒤 전도지를 나눠주는 ‘장막전도’에 힘썼다”고 설명했다. 김 선교사는 이후 평양신학교 여자부 교수와 사감을 역임하고 신의주 제4교회를 섬기다 1951년 공산군에 체포돼 순교했다.
박 교수는 “70∼80년대 한국교회의 폭발적 성장과 더불어 많은 여성 목회자와 선교사들이 등장하기 시작했고, 현재 여성들은 각 교단과 선교단체 등에서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여전히 여성에 대한 차별이 존재하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여성은 타인의 의도와 감정을 이해하는 데 탁월하고, 조직구성원의 의견을 수렴해 협동적 분위기를 만들 수 있다”며 “여성 리더십을 극대화하는 것이 한국교회의 미래목회에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선교연구원 문상철 원장은 한국선교사들의 교육사역 현황을 소개했다. 한국선교원에 따르면 현재 해외 166개국에 한인선교사 2만85명이 파송돼 있으며 이 중 17%가 교육사역을 하고 있다. 문 원장은 “한인선교사들이 설립한 미션스쿨은 총 810개로 신학교가 389개, 방과후신학교가 183개, 초등학교가 104개, 중·고교가 55개, 대학교가 44개, 직업훈련원이 35개”라며 “이들은 현지에서 교육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빈곤층 학생들을 가르치고, 전문화 교육을 하며 인재를 양성하는 성과를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 원장은 교육선교의 발전방안으로 ‘해당 국가의 교육정책에 대한 이해’와 ‘장기간 전문 인력의 헌신’ ‘효과적 정보 시스템 구축’ 등을 제안했다.
‘화해를 위한 한국교회의 과제’를 제시한 숭실대 조은식 교수는 “남북 갈등은 6·25전쟁 이후 적대감으로 고착화됐고, 지금까지 이어지며 국내외 정치·경제·사회 등 많은 분야에 불안을 야기하고 있다”며 “한국교회는 그동안 대북원조와 통일운동을 위해 애써왔지만 아직 남북 화해를 위한 신학을 정립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별히 기독교의 화해는 하나님이 화해의 주체가 되시도록 하는 것”이라며 “교회는 실제적인 통일을 이루기 위해 남과 북이 서로 다름을 인정하는 관용과 포용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해외 학자로 이번 연구서 제작에 동참한 옥스퍼드 선교대학원 이사장 화영(말레이시아) 목사는 “한국교회는 하나님의 이적을 경험하며 괄목할 성장을 경험했다”며 “이제 양적 성장에 주목하지 말고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로서 경건함을 갖고, 침체된 서구의 기독교를 살리는 데 앞장서 달라”고 당부했다.글·사진=이사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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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리더십 극대화로 미래 목회 대비… 남북 화해를 위한 신학 정립 서둘러야”
입력 2015-10-07 0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