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PP 타결 이후] 최대 쟁점인 바이오 의약품 특허 ‘최소 5년’ 인정

입력 2015-10-07 02:27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 5일(현지시간) 타결된 뒤 협상에 참여한 미국 등 12개국 무역·통상 장관들이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리츠칼튼 호텔에서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신화연합뉴스
미국 일본 등 12개국 무역 대표들이 5일(현지시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타결을 선언했지만 세부 사항은 공개되지 않았다. 30개 챕터로 구성된 협정문에는 1만8000개 품목에 걸친 관세를 제거하거나 줄이고 서비스와 금융상품 교역에 관한 규칙을 세우는 한편 환경과 노동 기준을 정하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일부 국가 무역대표들이 밝힌 내용들을 종합하면 주요 사안에 대한 큰 그림은 그릴 수 있다. 우선 막바지 협상에서 최대 쟁점이었던 바이오 의약품 특허의 보호기간과 관련해서는 미국이 양보를 했다. 미국은 국내법에서 정한 12년 동안 바이오 의약품의 특허를 인정하자는 입장이었지만 호주와 뉴질랜드 등의 의견을 받아들여 ‘최소 5년’에 합의했다.

특허 기간이 길면 바이오 의약품 제조업체의 신약 개발을 독려하는 효과가 있는 반면 다른 업체들이 유사한 약품을 개발하는 것을 막아 저소득 국가에서는 너무 높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비관세를 적용할 자동차에 대한 규정과 관련해서도 미국이 양보했다. 애초 미국은 TPP 역내에서 생산된 부품이 60%를 차지할 경우에만 관세를 부과하지 않도록 하자고 주장했지만 일본의 주장인 40%에 더 가까운 45% 선으로 합의됐다. 이에 따라 일본은 자동차를 생산할 때 역외 국가인 중국, 태국 등에서 생산한 부품을 더 많이 사용할 수 있게 됐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이 5대 중요 품목으로 지정했던 쌀은 미국산 5만t, 호주 6000t으로 무관세 수입물량을 설정한 뒤 13년차부터 각각 7만t, 8400t으로 확대하기로 합의됐다. 쇠고기 관세율도 현행 38.5%에서 TPP 협정 발효 즉시 27.5%로 낮추고 16년간에 걸쳐 단계적으로 인하, 최종적으로 9%까지 내리기로 했다.

환경과 노동 기준을 지키지 않는 참여국을 제재하는 강도 높은 규정이 무역협정으로는 처음으로 포함됐다. 회원국이 ‘멸종위기 야생 동식물종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을 준수하고 집행하도록 하고 이를 따르지 않으면 경제제재까지 받을 수 있도록 했다.

타결된 협정문은 각국 의회의 처리나 비준동의 절차를 거쳐야 발효된다. 이 과정에서 오는 19일 캐나다의 총선이 TPP 안착의 첫 관문이 될 전망이다. 집권 보수당의 스티븐 하퍼 총리에게 도전장을 낸 제1야당 신민주당(NDP) 톰 멀케어 대표는 “협정으로 자동차 부문에서 2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진다”고 주장하면서 “집권하면 이번 협정을 무효화할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다.

이번 협정을 주도한 미국 의회의 비준 절차가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많다. 내년에 대선이 치러지는 만큼 지지기반인 노조를 의식한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도 지역 표심을 우려해 TPP에 소극적일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차기 행정부로 TPP 처리가 넘어가고 발효시기도 2017년 이후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배병우 선임기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