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벼가 풍년을 맞으면서 쌀값 하락 조짐이 보이자 수확기를 앞둔 농민들의 시위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농민들은 벼 작황이 좋은데도 공급과잉과 수입쌀의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고 호소했다.
전국농민회광주전남연맹과 전국쌀생산자협회광주전남본부는 지난 5일 전남 무안 남악신도시 전남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조속한 정부대책을 촉구했다. 농민단체들은 “가격하락이 계속되는데도 밥쌀 수입을 멈추지 않는 정부가 늘어난 쌀 재고를 사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올해 벼 작황이 대풍을 예고하고 있지만 지난달 말 평균 쌀값은 80㎏ 1가마에 15만원으로 지난해 17만원에 비해 2만원이나 하락해 생산비도 못 건지게 됐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쌀 시장 개방에 따라 미국산과 중국산 밥쌀이 쏟아져 들어와 쌀값 폭락을 부추기고 있다”며 “쌀 수급 안정대책을 서둘러 마련하라”고 호소했다.
경남과 충남지역 등의 농민들도 긴 한숨을 내쉬고 있다.
전국쌀생산자협회 경남도본부는 같은 날 경남도청에서 출범식을 갖고 쌀값 하락 저지를 위한 대정부 투쟁을 선언했다. 쌀전업농회와 한국농업경영인협의회 등으로 구성된 이 단체는 “수입쌀이 시중에 무더기로 풀려 가뜩이나 낮은 국내 쌀값을 더욱 떨어뜨리고 있는 만큼 격리용 수매를 즉각 실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재석 경남도본부장은 “쌀값 하락의 주된 원인이 저가 수입쌀(TQR)에 있는 만큼 국내 시장에서 수입쌀의 격리 방안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유무역협정 등에 따라 올해 국내에서 의무적으로 수입하는 외국산 쌀은 41만t이다. 이 중 12만t이 가공용이 아닌 밥쌀용이다.
이 단체는 정부가 농협 공공비축미 매입량을 100만t으로 확대하고 북한에 쌀보내기 운동을 펼쳐 수급안정에 나서달라고 요구했다. 정부가 대책을 마련하지 않을 경우 수확한 벼를 마을 어귀 등에 적재하고 논을 갈아엎는 등 투쟁 강도를 높여갈 계획도 밝혔다.
충남지역 농민들도 내포신도시 충남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05년 추곡수매제가 폐지된 이후 농민들의 소득수준은 꾸준히 감소해 현재 15년 전인 2000년도 소득수준에 못 미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식량주권을 지켜온 농민들에게 일방적 희생을 강요하지 말고 최소한의 생산비를 보장해 달라”며 “41만t의 외국산 쌀을 수입하면서 우리 농민들에게 36만t을 공공비축미로 매입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전남도 관계자는 “지난해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65㎏으로 10년 전 80㎏에 비해 15㎏ 줄었다”며 “수입쌀까지 풀려 쌀값 하락세는 당분간 멈추지 않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무안=장선욱 기자 전국종합 swjang@kmib.co.kr
“쌀값 폭락 막아라”… 농민 시위 봇물
입력 2015-10-07 0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