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삼성물산 합병 반대” 공감 후 번복했다고… 엘리엇, 국민연금에 “소송” 압박

입력 2015-10-07 02:20

국민연금관리공단이 지난 3월 미국계 사모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 측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이 주주 이익에 반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입장을 바꿔 합병에 찬성한 국민연금을 상대로 엘리엇이 손해배상 청구 소송 등 법적 절차를 밟을 수 있다고 밝혀 파문이 일고 있다.

국민연금이 국회 보건복지위 양승조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에게 6일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올해 3월 18일 엘리엇과 만나 소문으로 떠돌던 두 회사 합병 문제를 논의했다. 국민연금은 당시 “삼성물산 주가는 저평가돼 있고 제일모직은 주가가 터무니없이 올라 두 회사의 합병은 주주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인정했다. 이 만남은 엘리엇의 요청으로 이뤄졌다. 엘리엇과 만난 국민연금 측 인사는 기금운용본부의 주식위탁운용팀장과 리서치팀장이었다. 엘리엇은 6월 3일 국민연금에 보낸 공문에 이 같은 사실을 적시했다.

이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공식 발표되자 국민연금은 내부 논의를 통해 찬성 입장을 결정했다. 엘리엇은 주주총회를 나흘 앞둔 7월 14일 국민연금에 공문을 보내 “합병 결과로 우리가 입게 될 손실은 국민연금 경영진이 초래한 결과”라며 “국민연금 경영진과 개별 구성원을 상대로 한국과 다른 관할권에서도 손해배상과 정보공개 청구, 보상을 포함한 모든 법적 구제책을 강구할 권리가 우리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엘리엇은 한국의 규제 당국과 여타 공공기관에도 자신들의 주장을 제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삼성물산이 7월 17일 주주총회에서 합병을 최종 승인한 뒤에도 엘리엇은 국민연금을 상대로 “주주에게 불이익이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합병에 찬성한 이유를 공개적으로 투명하게 설명해야 한다”고 요구하며 “우리는 법적 절차를 밟아 합병 과정에 대한 면밀한 조사가 이뤄지길 요구한다”고 거듭 밝혔다. 이에 대해 국민연금 관계자는 “정식 회의가 아니라 다른 미팅 때 엘리엇 인사가 포함돼 인사하는 자리에서 삼성물산과 관련된 문의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며 “거기서 특정 사안을 논의한 것처럼 표현하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양승조 의원은 “국민연금은 주식의결권 행사 전문위원회에서 논의하자는 전문위원장의 요청도 무시했다”며 “절차적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하지 못한 채 특정 기업과 특정 개인의 이익을 위해 의사결정이 왜곡된다는 평가를 받으면 국제적 불신과 국민경제의 어려움을 초래하는 꼴밖에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지방 박은애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