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환기 작품 47억2100만원… 국내 미술품 경매 최고가 경신

입력 2015-10-07 02:18

국내 미술품 경매 최고가의 주인공이 박수근(1914∼1965)에서 김환기(1913∼1974)로 바뀌었다.

메이저 경매사인 서울옥션은 5일(현지시간) 홍콩 르네상스 하버뷰 호텔에서 실시한 제16회 홍콩경매에서 김환기의 1971년작인 전면 점화 ‘19-Ⅶ-71 #209’(253×202㎝·사진)가 3100만 홍콩달러(약 47억2100만원)에 낙찰됐다고 6일 밝혔다. 이는 한국 경매사상 최고 가격이다. 지금까지 최고가는 미술시장이 호황을 구가하던 2007년 5월 서울옥션의 국내 경매에서 45억2000만원에 낙찰된 박수근의 ‘빨래터’였다. 단색화 열기의 수혜를 입은 김환기의 추상화가 토속적 마티에르에 기반을 둔 박수근 불패신화를 8년 만에 깬 것이다.

김환기의 작품은 시작가 약 30억원(2000만 홍콩달러)으로 출발해 뜨거운 경합 끝에 아시안 컬렉터에게 낙찰됐다. 이 작품은 단색화 열기의 물꼬를 튼 전시로 평가받는 2012년 국립현대미술관 단색화 전시에 출품됐던 4점 중 한 점이다. 시장에 나온 김환기의 전면 점화 가운데 가장 큰 대작(大作)이다.

김환기의 작품 중 역대 최고가는 2007년 서울 경매에서 낙찰된 ‘꽃과 항아리’로 30억5000만원에 팔렸다.

서울옥션 관계자는 “김환기 작품이 해외 시장에서 높은 가격에 낙찰됨에 따라 국내 작품에 대한 해외 컬렉터들의 관심이 높아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경매에서는 김환기를 비롯해 국내 단색화 작가들의 작품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시작가 약 6억원(400만 홍콩달러)에 나온 정상화의 ‘무제 05-3-25’는 11억4200만원(750만 홍콩달러)에 낙찰됐다.

이날 경매 최고가 기록은 54억800만원(3600만 홍콩달러)에 낙찰된 프랑스 태생의 미국 추상표현주의 조각가인 루이스 부르주아의 ‘콰란타니아(Quarantania)’가 차지했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