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사업방식 재점검… 과감하게 바꿀 것”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결기

입력 2015-10-07 03:17



“근본적으로 그리고 과감하게 바꿔라.”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최근 스마트폰 판매 부진 등으로 위기에 빠진 그룹 구하기에 직접 나섰다. 정확한 현실 인식을 통해 그룹 안팎에 닥친 위기에 대처하고 조직은 물론 사업 방식도 전면 재점검하겠다는 것이다.

구 회장은 6일 서울 영등포구 LG트윈타워에서 열린 임원세미나에서 “우리의 사업 방식과 연구·개발(R&D), 구매, 생산, 마케팅 등 주요 경영활동을 재점검해 개선해야 한다”면서 “변화하는 환경에 맞지 않는다면 바꾸어야 한다”고 단언했다. 그는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은 중국 경기 둔화와 함께 더욱 커지고, 글로벌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는 등 경영 환경이 급속히 어려워지고 있다”며 “냉엄한 현실을 인식하고 철저히 대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LG의 상황은 녹록지 않다. LG화학의 전망은 밝지만, 일부 계열사는 3분기 영업이익이 지난 2분기 수준에도 못 미칠 수 있다는 것이 증권가 전망이다. 특히 주력 계열사인 LG전자의 모바일 사업본부와 LG디스플레이 등은 적자를 낼 것이라는 관측이다.

구 회장은 위기 극복을 위해 변화를 강조하면서도 “어려운 가운데 성장의 기회는 분명히 있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변화의 흐름을 정확히 읽어 기회를 잡고 한번 잡은 기회는 반드시 우리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원세미나에서는 구 회장을 비롯해 강유식 LG경영개발원 부회장, 구본준 LG전자 부회장,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박진수 LG화학 부회장 등 최고경영진과 임원 300여명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는 한명기 명지대 사학과 교수가 ‘징비록(懲毖錄)에서 배우는 리더십’을 주제로 강연했다. 한 교수는 ‘과거를 반성하여 미래를 대비한다’는 뜻을 담고 있는 징비록의 역사적 교훈을 소개하면서 “기업 경영에서도 자신과 경쟁자에 대한 정확한 인식을 출발점으로 미래에 대해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 회장은 올 초부터 충북창조경제혁신센터, LG협력회사·LG하우시스 청주공장, 가산 R&D캠퍼스 등 주요 현장을 직접 찾아 진두지휘하며 ‘변화’를 강조해 왔다. 지난 2월 LG혁신한마당에서는 “지금까지의 성공 방식을 고집한다면 고객의 기대를 뛰어넘는 가치를 만들 수 없다”고 지적했다. 4월에도 “제대로 혁신하는 기업만이 경쟁에서 살아남는다” “관행에서 벗어나 새롭게 생각하라”고 강조했다. 당시 구 회장은 8시간 동안 버스를 타고 충북 청주에 있는 LG하우시스 공장과 협력사를 돌면서 현장의 목소리를 들었다.

지난달에는 그룹 최고기술책임자들을 만나 “LG는 기술로 커 온 회사다. 어려울 때일수록 기본으로 돌아가 기술 개발에 매진해 달라”며 기를 살리기도 했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