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공단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찬성 과정 관련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경제개혁연대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등 시민단체들은 기금운용본부 투자위원회가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에 합병 안건을 넘기지 않고 자체 판단키로 한 회의록, 투자위원회가 합병 찬성을 결정한 회의록, 합병 찬성 결정에 대한 근거 등을 공개하라고 국민연금에 요구했다. 국민연금은 영업상 비밀로 분류해 투자 정보가 노출될 수 있다며 자료를 공개하지 않았다. 경제개혁연대는 국민연금의 비공개 방침에 대해 서울행정법원에 정보공개 청구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국민연금이 관련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것은 엘리엇의 소송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전문가들은 엘리엇의 투자자-국가 소송(ISD)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6일 “국민연금은 보건복지부 산하 기관으로 국부펀드 성격을 갖고 있어 국민연금의 결정은 정책의 변화로 해석될 수 있다”며 “외국인투자자가 정책 결정의 변화로 투자 이후 손해를 봤다면 ISD 소송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결정 과정이 정상적이었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가 아니라 투자위원회에서 합병 찬성을 결정하면서 통상적인 절차도 따르지 않았다”고 지적한 박 교수는 “국민연금이 소송의 빌미를 제공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홍완선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도 지난달 14일 열린 국회 정무위 국정감사에서 “엘리엇이 ISD를 통해 한국 정부를 제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엘리엇은 7월 14일 국민연금에 공문을 보내 “국민연금은 물론 관련 규제 당국과 여타 공공기관의 집행, 감독 권한을 가진 자에 대해 우리의 주장을 제기하고 표명할 권리를 가지고 있다”며 한국의 관할권 밖에서 법적 절차를 밟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민연금이 ISD를 방패삼아 지나친 비밀주의로 일관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국제통상위원장인 송기호 변호사는 “국민연금이 엘리엇에 실질적으로 기대치를 불러일으킬 만한 확약을 했는지 사실관계를 따져봐야 한다”며 “국민연금이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백상진 기자
[단독-엘리엇, 국민연금 압박] “투자 정보 노출될 수 있다”… 입 닫은 국민연금
입력 2015-10-07 0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