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TPP 가입 초조해할 것 없이 차분하게 준비해야

입력 2015-10-07 00:11
우리나라가 빠진 가운데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이 타결됐다. TPP는 미국 일본 등 태평양 연안 12개국이 참여하는 세계 최대의 다자 간 자유무역협정(FTA)이다. 미국 주도의 TPP에 한국도 당초 참여할 기회가 있었으나 시기를 놓치는 바람에 회원국이 되지 못한 것은 아쉬운 일이다. 이 때문에 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선 향후 TPP 참여 여부를 둘러싼 정부의 입장과 대책에 대한 질의가 집중됐다. 이에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어떤 형태로든 TPP에 참여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겠다”고 답변했다. 최 부총리의 언급대로 세계 교역질서 재편 흐름에 동참하려는 것은 올바른 방향이다.

TPP에 참여한 12개국 경제 규모 총합은 세계 전체의 40%에 달한다. TPP 협상 타결로 12개 참가국들은 자동차를 비롯한 다양한 분야의 제품들에 대해 관세를 철폐하거나 인하하는 등 무역장벽을 없앨 수 있게 됐다. 또 서비스, 지적재산권, 노동, 환경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관련 규정을 만들게 된다. TPP는 참가국들의 비준 절차가 남아 있어 2017년 이후에 본격 발효될 전망이다. 따라서 향후 새로운 국제 통상질서를 주도해 나갈 가능성이 크다. 이런 경제적 의미 못지않게 정치적·지정학적 의미도 크다. 미국과 일본이 손을 잡고 중국의 영향력을 견제하려는 외교·안보적 의미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미국이 참여를 선언한 2008년엔 TPP에 소극적 입장을 보이다 2013년 11월에야 뒤늦게 관심을 표명해 실기 논란까지 벌어졌다. 당시 미국과의 FTA가 타결된 데다 중국과의 FTA 협상이 진행되고 있었기에 TPP에 큰 비중을 두지 않는 실수를 한 것이다. 그런데 TPP가 이제는 지구촌 최대의 경제동맹체가 된 만큼 상황이 달라졌다. 경제영토 확장에서 우리한테 뒤진 일본도 TPP를 통해 일거에 한국을 따라잡을 기세다. 우리가 12개 참가국 가운데 일본과 멕시코를 제외한 10개국과 FTA를 체결한 상태라서 큰 타격을 입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일본과 경합하는 자동차, 전기전자, 화학 등의 업종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은 틀림없다. 가격경쟁력 약화로 수출이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어서다.

앞으로 정부는 구체적인 협정문이 공개되는 대로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을 철저히 분석하고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그렇다고 TPP 참여를 너무 서둘러 추진할 필요는 없다. 초조함에 사로잡혀 조급해하다가는 우리 전략만 노출시키는 우를 범할 수 있다. 차분히 추진하면서 면밀하게 득실을 따져 국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 TPP 협상 참여가 사실상 일본과의 FTA 체결인 데다 후발주자인 만큼 협상 과정에서 비싼 대가를 치를 수도 있다는 점에서 더욱 치밀한 접근이 요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