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캠벨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 사령관은 미군이 ‘국경없는의사회’ 소속 병원을 폭격한 것은 아프간군의 요청에 따른 것이었다고 5일(현지시간) 주장했다. 이는 탈레반의 공격을 받은 미군이 반격하다 빚어진 실수였다는 당초 해명을 번복한 것이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임기 중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을 모두 철수하기로 한 방침을 바꿔 2016년 이후에도 미군 5000명을 남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보도했다.
캠벨 사령관은 이날 미 국방부에서 기자들에게 “10월 3일 아프간군이 ‘적으로부터 공격을 받고 있다’며 미군의 공습지원을 요청한 사실을 확인했다”면서 “이후 탈레반의 위협을 제거하기 위한 공습이 단행됐고, 이 과정에서 뜻하지 않게 민간인들이 희생됐다”고 설명했다.
이는 미군이 공격을 받고 반격에 나서면서 빚어진 실수였다는 당초 해명과 다른 것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캠벨 사령관은 사고 직후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에게 사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경없는의사회 측은 “미국이 책임을 아프가니스탄 정부에 떠넘기려는 것”이라며 “투명하고 객관적인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반발했다.
미 국방부는 환자와 의료진 22명이 희생된 이번 사고의 진상 조사를 위해 한국계 리처드 김 준장을 책임자로 지명했다. 아프간 주둔 합동사령부 임무지원 사령관인 김 준장은 1976년 11세 때 가족과 함께 하와이로 이민 간 한인 1.5세대로, 하와이대 학군장교(ROTC) 출신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계로 미 육군 전투병과에서 장성이 된 것은 그가 처음으로, 주한미군 2사단 작전 부사단장을 지냈다.
한편 오바마 대통령은 미군이 전면 철수할 경우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 세력이 더욱 확산될 우려가 크다고 보고 2016년 이후에도 5000명 규모의 미군을 잔류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아프가니스탄 주요 도시 중 처음으로 쿤두즈가 지난달 탈레반의 수중에 넘어가는 등 아프가니스탄 정부의 장악력이 떨어지고 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아프간軍 요청”… ‘병원폭격’ 말바꾼 미군
입력 2015-10-07 0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