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중소·중견기업도 “스펙 안봐요”… 민관 23곳 脫스펙 협약

입력 2015-10-07 03:17
올해 신입사원 채용에서 51명을 선발한 중견기업 네파㈜는 채용 과정에서 획일화된 스펙보다는 디자이너 포트폴리오(자료모음) 제출 및 패터너(모델리스트) 실기 테스트 진행을 통해 업무 역량을 최우선으로 검토했다. 또 인적성 검사를 폐지했고, 이력서 양식에 어학 기재란도 삭제했다. 연령·학력·성별 제한도 없애 철저한 능력 위주로 신입사원을 선발한 것이다. 플랜트·건설업 중소기업 디에이치아이㈜도 올해 신입사원 채용에서 경력과 실무 능력, 작업 숙련도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해당 업무에 적합한 사람이라면 학력·나이 등의 스펙 사항을 배제하고 채용했다.

이외에도 현대카드는 올해 신입사원 채용 과정에서 스펙에 앞서 본인만의 강점을 검증하고, 특별한 경험이나 성취가 있는 지원자의 경우 학점·전공·어학점수 등과 무관하게 최우선으로 뽑았다. 제네시스BBQ그룹은 1차 면접에 직무별 외부 전문가를 초빙해 실무면접의 시간적 한계를 보완했고, 지원자의 잠재력과 인성 등을 집중적으로 살펴봤다.

신입사원 채용 시 불필요한 스펙을 배제하고 직무역량을 중심으로 인재를 선발하는 풍토가 대기업 공공기관에 이어 중견·중소기업까지 확산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와 청년위원회 등 정부기관, 민간기업 등 23개 기관은 6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2015 능력중심 채용문화 확산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민간기업에서는 대기업 12개와 중견·중소기업 7개가 참여했다. 이번에 협약을 맺은 19개 기업은 올해 신입사원 선발에서 블라인드 면접을 통해 스펙을 무시한 전형을 실시하거나 지원서에서 어학·학력·가족관계 등 스펙 관련 기제항목을 폐지·완화하는 조치를 취했다.

신용한 대통령직속 청년위원장은 “이번 업무협약에 중견·중소기업까지 참여한 건 사회 전반에 능력중심 채용문화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는 걸 보여준 고무적인 일”이라며 “기업들이 ‘탈락사유 피드백’과 ‘채용심사 기준·과정’을 공개해 나간다면 취업 준비생들이 스펙 쌓기 부담을 덜고 채용 공정성 확보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