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땅·주식 팔아서라도 임금 올리라는 철부지 노조

입력 2015-10-07 00:11
현대중공업 노조의 무리한 임금인상 요구가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 임금협상 중인 노조는 최근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사내유보금이 18조원에 달하는 등 천문학적인 돈을 쌓아두고도 (회사가) 엄살을 부리고 있다”며 “주식과 부동산을 매각하면 임금인상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했다. 노조는 “매도 가능한 금융자산 규모는 4조5226억원”이라고 구체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과연 현대중공업 노조가 이런 주장을 한 것인지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국내 조선산업은 기반 붕괴가 걱정될 만큼 큰 타격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세계 조선시장이 전반적으로 위축된 가운데 무리한 수주에 따른 출혈 경쟁으로 휘청거리고 있다. 현대중공업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 작년 3조원 이상의 손실을 입은 것을 비롯, 7분기 연속 적자로 유동성 위기마저 겪고 있다. 지난달 현대자동차 지분을 매각해 5000여억원을 확보하는 등 지분 매각과 회사채 발행을 통해 어려움을 겨우 견뎌나가고 있다. 지난해 수백명에 이어 올 초에도 1500여명이 회사를 떠나야 할 정도로 인력 구조조정이 상시적이다. 이런 마당에 임금 올리기에만 혈안이 돼 있다니 생각이 있는 것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2, 3차 협력업체 중 300여개가 부도났거나 도산 위기에 처하는 등 납품 업체들이 잇따라 쓰러지는 상황을 감안하면 더욱 이해하기 어렵다. 떠난 자들과 하청업체들의 희생을 자신들의 과실로 챙기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현대중공업의 평균 연봉은 7000만원이 넘는다. 이 정도면 국내 최고 수준이다. 그런데도 회사의 부동산과 주식을 팔아서라도 임금을 올리라는 것은 설득력이 약하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귀족노조라는 비판의 진원지가 자신들이 아닌지 스스로를 돌아봐야 한다. 극단적 이기주의 행태가 대다수 건전한 노조 활동마저 욕을 먹이고 결국 그것이 노동개혁의 일부 원인이 됐다는 사실을 분명히 깨달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