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식자재를 빼돌려 4억원을 횡령했다는 서울 충암고 급식 비리는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줬다. 납품받은 식용유를 빼돌리고 남은 기름이 새까맣게 될 때까지 재탕·삼탕 사용했다니…. 모든 학교 급식을 감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는 등 파장이 만만치 않다.
그런데 이런 민감한 시기에 경남도교육청이 학교 급식비 감사를 거부하고 급식비 지원 조차 받지 않겠다고 다시 선언했다.
박종훈 도교육감은 지난 5일 “도의회 행정사무조사와 중복되는 정치 감사 등을 이유로 거부한다. 학교급식에 비리가 만연해서 감사를 거부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박 교육감이 왜 갑작스레 태도 변화를 보이는지 의아해 하는 시각이 많다. 불과 한달전만해도 무상급식 논란이 마무리되는 듯 했기 때문이다.
박 교육감은 지난달 8일 조건 없는 감사 수용 입장을 밝혔다. 이에 경남도는 “내년 국가에서 지원하는 저소득층 급식비를 제외하고, 영남권 평균비율인 31.3%를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술술 풀려가던 무상급식은 박 교육감의 태도변화로 다시 혼란에 빠지게 됐다.
송병권 도 감사관은 6일 “도 교육청이 비리를 은폐하기 위해 감사를 거부한 만큼 조례를 개정해서 감사를 명문화했다”며 “도가 감사하는 목적은 급식비리로 급식의 질이 저하되고 소중한 도민 예산의 낭비를 막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급식 비리가 탈로 날까 봐 도의 급식비 지원까지 거부하는 것 아니냐” “좀 힘들고 귀찮더라도 비교육적이고 부정한 급식비리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된다”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도 교육청은 도의 감사 배경에 불순한 의도가 있다고 의심한다. 그러나 경남교육청에 학교급식비로 2011년부터 4년간 총 3040억원이 들어갔는데도 감사를 하지 않는 건 오히려 직무유기일 수 있다. 앞으로 교육청이 무상급식 지원을 받지 않더라도 지금까지 쏟아부은 돈은 제대로 쓰였는지 철저히 따져봐야 하지 않을까.
창원=이영재 사회2부 기자 yj3119@kmib.co.kr
[현장기자-이영재] 경남도교육감, 왜 이러나…
입력 2015-10-07 00:30